화성 용주사, 화성살인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재 봉행

제2교구본사 용주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재를 11월23일 관음전에서 봉행했다.
제2교구본사 용주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재를 11월23일 관음전에서 봉행했다.

스님들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화성 연쇄살인 사건 희생자들을 천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제2교구본사 용주사(주지 성법스님)는 11월23일 관음전에서 ‘화성 살인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재’를 봉행했다. 이날 위령재에는 주지 성법스님과 말사 주지 스님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 등 200여 명이 함께해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화성 태안읍 일대서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 10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다. 범인이 잡히지 않아 33년 동안 미제였던 사건의 실마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DNA 감식결과로 드러났다. 화성 사건에서 채취한 DNA를 전국 범죄자 DNA와 대조,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와 일치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화성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는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고, 1987년 수원 여고생 살인과 1989년 화성 초등학생 실종, 1991년 청주 여공 살인과 1991년 청주 가정주부 살인까지 자신이 저질렀음을 밝혔다.

이날 위령재는 희생자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고혼들에게 부처님 법을 베풀어 극락왕생하도록 발원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 자리에는 화성 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로 인해 1989년 초등학생 딸을 잃은 유족들이 참석해 애끓은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30년간 딸이 실종된 줄로만 알고 살던 유족들은 이춘재가 최근 여죄를 밝히면서, 자신들 딸이 화성 사건의 또 다른 희생자임을 뒤늦게 알았다. 범인에 의해 딸의 시신은 유기됐고, 유품마저 사라져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된 부모는 이날 딸의 위패 앞에 차를 올리며 목을 놓아 울었다.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을 지켜본 불자들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용주사 주지 성법스님이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법문하고 있다.
용주사 주지 성법스님이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법문하고 있다.

용주사 주지 성법스님은 “미제로 남겨졌던 30여년 전 화성 사건의 피의자가 밝혀져 늦게나마 희생자들의 원혼을 풀 수 있게 됐다”며 “오늘 위령재는 한 맺힌 영혼들을 위로하고, 수십년간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살았을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했다. 부디 희생자들은 한을 풀고 극락왕생하길 발원한다”고 법문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수사본부에서 모든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철저히 수사해 고인이 편안히 눈 감을 수 있게 진실 밝히고, 수사 중 과오가 있다면 숨김없이 드러내겠다”며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위령재는 인로왕보살 등 제불보살을 법단에 모시는 시련, 피해자 고혼들을 영단에 모시고 천도의식을 고하는 대령, 고혼을 깨끗이 씻고 정화하는 관욕의식에 이어 살풀이, 화청, 고인들에게 경전을 읽어주는 시식, 지전무, 초청된 존재를 돌려보내는 봉송, 회향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위령재에는 제2교구본사 말사 스님과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위령재에는 제2교구본사 말사 스님과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희생자들 위패가 봉안된 영단에 차를 올리는 모습.
희생자들 위패가 봉안된 영단에 차를 올리는 모습.
화성사건 피의자 이춘재에 의해 딸을 잃은 아버지가 오열하고 있다.
화성사건 피의자 이춘재에 의해 딸을 잃은 아버지가 오열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이 봉행되고 있다.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이 봉행되고 있다.

용주사=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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