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도의 마지막 전환점

여래 지위 누릴 수 있는 ‘부동지’
중생근기 맞춰 변신, 교화하지만
코드는 항상 정법에 맞춰져 있어
선재가 변화해야 할 모습 제시해

원욱스님
원욱스님

십지의 8번째 부동지부터는 여래의 지위를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는 곳이다. 부동지 보살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무공용의 분별없는 빛나는 지혜(無功用覺慧)로 수행이 완성되어 번뇌와 갈등 없이 저절로 보살행을 하게 되는 단계다.

원바라밀이 주가 되고 나머지 9개 바라밀을 닦아 나가는 8지는 부처로 나아가는 보살도의 마지막 전환점이다. 보살이 8지에 머무는 순간 차별로 가득한 세상이 즉시 평등한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살수행자들은 부처님의 경계를 관하여 세계의 이루어짐과 무너짐, 세상의 차별에 관해 다 알게 된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거주하는 자연환경인 기세간(器世間), 다양한 우리들의 모습인 중생세간(衆生世間),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들을 교화하실 부처님이 계신 불국토인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이다.

기세간에서 삶의 터전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을 보고, 중생세간에서 우리들의 근기와 욕망을 알아 중생교화를 위해 32응신으로 나투시는 관음의 모습처럼 보여준다. 마지막 지정각세간에선 보살이 모든 몸의 분별을 여의고 평등하게 보고 안다. 우리와 똑 같은 모습으로 내 곁에 오시지만 여래의 몸은 자유롭기가 그지없어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불국토로 이끈다.

이것이 8지보살의 모습이기 때문에 선재가 마니장 사자좌에 앉으신 대원(大願)과 정진의 힘으로 일체 중생을 구호하는 밤의 여신(大願精進力救護一切衆生主夜神)을 만났을 때 중생들의 마음 따라 볼 수 있는 몸, 해와 달과 별들의 그림자인 몸들을 24가지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8지에 이른 보살이 중생의 근기에 맞춰 소통이 가능한 몸으로 자유롭게 변신하여 교화하지만 코드가 항상 정법(正法)에 맞춰져 있어서 누구든 장애를 벗어나 마침내 불국토에 도달하게 해주는 능력자임을 확실하게 보여주어 선재가 변화해야할 모습을 제시하는 것이다. 

선재는 대원정진력으로 일체중생을 구제하시는 이 밤의 여신의 뵙고 선지식이 다양한 몸을 나투어 중생을 교화하는 모습을 보며 선지식에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10가지로 일어나며 나도 저 분과 같이 되리라 마음먹는 순간, 제 8지 부동지 보살들과 주야신이 속한 세계에서 84개나 되는 같은 행을 성취하게 되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선재는 감동의 노래를 부른다.
 

삽화=손정은

“제가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지금 선지식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선지식은 나쁜 길을 닫아버리고, 인간과 천상과 부처님의 지혜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부처님의 공덕창고를 다 보여주시고, 바라밀다를 주시어 헤아릴 수 없는 복이 늘어나게 해주시며 저의 공덕을 자라게 하시니 부처님의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지혜를 보았으니 참으로 만족합니다. 항상 부처님 법을 의지할 것을 맹세하나이다. 선지식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그런데 선지식이여. 바라옵건데 저를 위해 말씀해주소서. 이 상상 그 이상의 경험을 준 해탈문을 무엇이라 부르며, 언제 성취하셨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언제 이룰 수 있는지요?”

“선남자여, 이 해탈문의 이름은 ‘중생을 교화하여 착한 뿌리를 내게 하는 힘(敎化衆生令生善根解脫門)’입니다. 이 해탈문을 성취하였기 때문에 나는 세간을 여의었어도 모든 법의 모양이 차별함을 알고 또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흰 것의 성품이 실답지 아니하여 차별이 없는 것도 분명히 통달하였다.

이 해탈문을 얻고 나서야 모든 법의 성품이 평등함을 깨닫고, 한량없는 모양의 육신을 능히 나타내어 무한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한다. 내가 이 광명해탈문을 얻게 된 것은 법륜음허공등왕부처님이 계실 때, 대비심을 내어 나의 몸과 목숨과 재물을 버리어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모든 부처님들께도 아낌없이 보시한 공덕과 법문 듣고 수행했기 때문이다.”

한량없는 육신을 나타내는데 98가지로 드러내 말하며 처음과 끝은 시작과 맺음을 표하니 꼭 100개의 몸이 된다. 육신의 자재한 경지를 나타내 보이며 몸으로 한량없는 광명구름을 놓으면서 중생들이 오랜 세월 닦아온 선근을 드러내게 한다. 아직 선근이 없으면 심게 하고, 이미 심어졌으면 자라게 하고, 이미 자란 이는 성숙하게 하여 마침내 모든 중생들이 무상정각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고자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밤의 여신은 오는 세상 모든 이들로 하여금 큰 서원을 만족하게 하고 모든 힘을 성취하게 하는 능력자였던 것이다. 

※ ‘원욱스님의 행복으로 가는 화엄경’은 필자 사정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의 쾌유를 기원하며 독자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불교신문3537호/2019년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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