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크게 자애(慈愛)하시어 제도한 자 헤아릴 수 없어라. 존귀한 몸 금빛 관에 계시어 청정하고 고요하며 편안하시네. 넉넉하고 온화한 덕으로 몸에 광명을 나타내시어 널리 하늘과 사람들이 무량복을 일으키게 하소서. 

- <가섭부불열반경> 중에서
 


감국(甘菊)이 염불소리에 마르는 아침, 가을 국화차 맛은 더욱 지극하였다. 초하루 예불 참석 여섯 마리 새끼 토끼 대중은 염불보다 따뜻한 햇살과 사료 그릇에 마음을 뺏겼다. 그래서 나도 초하루 법문은 포기다. 

얼마 전 마당에 물건 덮어 놓은 천막을 들추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난 태풍, 천둥 울리고 번개치는 밤 방생하는 토끼가 천막 밑에서 제 가슴털을 뽑아 요람을 만들고 새끼를 낳은 것이다. 두렵고 앞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세상에 나온 녀석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였는데, 한편 세상에 온 생명치고 신비롭고도 소중하지 않은 것 있었던가 자문도 해 본다.

그나저나 여우같은 마누라도 없는 중이 토끼 새끼를 자식으로 얻었으니 어쩐다. 미역국이라도 끓여주고 싶지만 토끼 어미가 먹을 리도 없었다. 붓기 빠지는데 호박이 좋다 하니 생호박 한 덩이와 공양 과일을 칼로 잘라 놔두었었다.

토끼는 매우 예민한 동물이라 사람이 갓난 새끼를 쳐다보면 새끼를 물어 죽인다는 말에 천막 안의 물건도 꺼내질 못했었다. 이제는 새끼 토기가 주먹만하게 커서는 요람을 나와 마당에 뛰어다니고 툇마루 밑을 돌아다닌다. 생명의 자유가 곧 법문의 자유로움과 다름없다. 

[불교신문3536호/2019년1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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