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김영민

마침내 화성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졌다. 현재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인 이춘재가 범인인데, 그가 실토한 살인사건만 14건에 달한다. 이렇게 흉악범죄가 드러날 때마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2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정부를 향해 불만 가득한 댓글을 쏟아낸다. 하지만 사형제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을 실토했을 때 범죄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성장과정을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온전한 성인으로 자라기까지 유년시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많은 흉악범들이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또 다른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이혼한 가정에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자랐다. 살인욕구를 이기지 못해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남규도 가정과 학교에서 폭행을 당했다. 1994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존파 역시 대부분 가난, 학업중단, 때 이른 사회생활 속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불우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처럼 많은 범죄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될 시기에 폭력이나 불우한 환경에 놓여 왜곡된 인격과 가치관을 가지게 됐다면, 우리는 온전히 그 사람에게만 죄를 물어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인간의 자유의지를 거론하면서 사람에겐 죄의 유혹을 단호히 거부할 수 의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자유의지도 유년시절의 인성교육을 기초로 해서 세워지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떠안기듯이 생기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극도의 스트레스는 사람의 뇌까지 변형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동에서 전쟁을 체험한 미군들이 본국에 돌아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다가 가족이나 이웃에게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는 뉴스도 우리는 종종 접한다.

영상이 무척이나 이채롭고 화려한 ‘더 셀’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서도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데, 여주인공이 범죄해결을 위해 연쇄살인범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간다. 마침내 여주인공이 그곳에서 본 것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발원지인 작은 샘이 나오듯이 죄의 기원을 쭉 따라가 보면 거기엔 쭈그려 앉아 울고 있는 한 아이가 있다.

[불교신문3536호/2019년1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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