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 ‘베트남전 민간인
희생자 위한 평화기도회’ 현지서 봉행

한국군 의해 희생자 발생한
하미마을, 퐁니마을 등 방문
극락왕생 발원 기도 올려

피해 생존자 생생한 증언에
스님들, 참회·위로의 메시지 전해

사회노동위원회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현지에서 평화기도회를 열었다. 사진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티안 씨에게 참회의 뜻과 위로를 건네는 사회노동위 스님의 모습.
사회노동위원회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현지에서 평화기도회를 열었다. 사진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티안 씨에게 참회의 뜻과 위로를 건네는 사회노동위 스님의 모습.

19682월 베트남 호이안시 하미마을은 북과 남의 베트남군이 중부 전선 점령을 두고 처참한 살육을 벌인 한복판이었다. 미군의 요청에 파병된 한국군 또한 그곳에 있었다. 생존과 죽음밖에 없는 전쟁터에서 억울한 희생자 발생은 불가피 했는지도 모른다.

당시 한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진 하미마을 민간인은 135. 50여 년 지난 지금,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위령비를 세운 것 말곤 치유의 움직임조차 없다. 이곳에 스님들이 직접 방문해 참회의 기도와 절을 올렸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스님)1114일부터 17일까지 베트남 중부 지역 일대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평화기도회를 봉행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영가들의 극락왕생 발원과 피해 생존자에게 참회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기도회엔 위원장 혜찬스님과 위원 혜문·법상·대각·인우·현성스님 등이 함께했다.

불자가 대다수인 베트남 국민들의 역사적 아픔을 치유하는 데 종단이 나섰다는 점이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해 사회노동위는 종단 차원으로 처음 베트남전 민간 희생자를 위한 추모 위령제를 봉행한 바 있다.
 

한국군의 의해 민간인 희생자 135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하미마을 위령비에서 극락왕생 기도를 올리는 사회노동위 스님들의 모습.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희생자 135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하미마을 위령비에서 극락왕생 기도를 올리는 사회노동위 스님들의 모습.

이번 기도회에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들과의 만남이었다. 스님들은 하미마을과 퐁니마을 등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가 큰 지역을 방문해 생존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생존자들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전쟁의 끔찍한 잔상을 스님들에게 생생히 증언했다.

퐁니마을서 만난 피해자 응우옌티안씨는 한국군에 의해 언니와 5살 동생, 고모는 죽었고 8살이었던 나도 옆구리에 총을 맞았지만 겨우 목숨만 구했다한국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섭다고 고백했다.

이에 사회노동위 스님들이 진심을 다해 삼배의 절을 올리며 참회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응우옌티안 씨는 그래도 멀리서 찾아와 준 스님들 덕분에 위안을 얻는다며 고마움을 전한 뒤, “한국정부가 사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미마을 내 민간인 학살 피해자 묘소에 참배하는 사회노동위 스님들의 모습.
하미마을 내 민간인 학살 피해자 묘소에 참배하는 사회노동위 스님들의 모습.

이밖에도 사회노동위 스님들은 하미마을과 퐁니마을에 세워진 위령비와 다낭 관음사를 찾아 한국군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베트남 전쟁 박물관인 밀라이 박물관 등도 둘러보며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했다.

위원장 혜찬스님은 베트남 전쟁 한국군에 의한 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진심어린 사죄·법적책임,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베트남전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극락왕생 기도를 진행 중인 사회노동위 스님들.
베트남전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극락왕생 기도를 진행 중인 사회노동위 스님들.

한편 지난 2000년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전에서 한국군이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은 약 80, 희생자는 90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이번 사회노동위 스님들이 방문한 중부지역에서만 4000여 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베트남전 참전용사 측에서는 베트남전은 게릴라전의 양상으로 피아(彼我) 구분이 어려웠으며, 일반 주민으로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베트콩으로 돌변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안 씨에게 참회의 절을 올리는 사회노동위 스님들.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안 씨에게 참회의 절을 올리는 사회노동위 스님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