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11월17일(현지시간) 첫 공식 일정으로 간다라 미술의 보고, 펀자브 주에 위치한 라호르 박물관을 찾았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 등 40명 방문단도 동행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방문단과 함께 가장 먼저 라호르 박물관을 대표하는 조각품 ‘부처님 고행상’ 앞에 섰다. 6년 동안의 고행으로 바짝 마른 싯다르타의 모습을 그대로 본 떠 만든 모습 앞에서 방문단은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지도 아래 엄숙히 ‘석가모니불’을 정근했다.
고행상 앞에 선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방문단을 대표해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 스님으로 시작된 한국과 파키스탄의 불교 교류에 대해 언급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오늘 이 귀한 인연공덕으로 양국이 보다 더 긴밀히 교류하고 남북 통일을 비롯해 세계 평화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BC 2세기부터 AD 5세기, 고대인도 북서부 간다라 지방(폐샤와르)에서 발달한 그리스 로마 양식의 불교 미술품을 비롯해 부처님 재세시에 설법하시는 모습을 본 떠 만든 불상과 그림, 조각을 비롯해 당시 통용되던 화폐에 이르기까지 불교 명품이 즐비한 곳이라는 박물관 학예사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종단 스님들은 한참을 고행상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바짝 마른 모습 속 법열(法悅)의 미소를 한 싯다르타의 모습 앞,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2002년 성지순례 일환으로 파키스탄을 찾았을 당시의 고행상을 기억하며 “다시 봐도 경이롭고 감탄스럽다”고 밝혔다.
곧이어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라호르 박물관장 내외를 비롯해 현지 언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짧은 발원을 남겼다. 한국과 파키스탄의 오랜 역사와 문화 교류가 지속되고 양국의 발전을 기원하는 내용이었다.
현지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에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부처님 고행상과 설법하시는 모습을 담은 예술 작품들을 보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불안정한 치안 속, 어렵게 발걸음한 조계종 방문단에게 다릭 마하무드 자베이드 라호르 박물관장은 감사의 의미로 기념패를 전했다. 조계종 방문단은 발우와 전통문양이 들어간 자개로 화답했다.
파키스탄=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 불교 · 이슬람 지도자 만나 ‘교류’ 약속…파키스탄 유물 韓 전시 가능성도
- 총무원장 원행스님 취임 후 파키스탄 첫 국빈 방문
- 총무원장 원행스님 11월 파키스탄 국빈 방문한다
- 원행스님 “한국-파키스탄 불교교류, 물꼬 틔우겠다”
- 총무원장 원행스님, 파키스탄 대통령에 “불교 유적지 복원 협력” 당부
- 깎아지른 절벽 지나 동아시아 뿌리 내린 구도의 흔적 찾아서
- 마라난타 스님 고향 찾은 조계종…‘불교문화 다시 꽃 피우길’
- [사설] 파키스탄 국빈방문한 총무원장 스님
- 사그라진 대승불교의 꽃 마주한 순간…밀려오는 경외(敬畏)
- 총무원장 원행스님 ‘부처님 고행상’ 한국 전시 협조 당부
-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파키스탄의 별’ 명예훈장 수훈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