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결제 후 첫 주말인 16일
재가불자들 정진기도 본격 시작
조계사 동국대 등 각계각층에서
결제 대중 응원하기 위해 동참
과거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9명 스님들의 석 달 천막수행이 시작된 후, 얘기치 못한 일이 바로 다음날부터 벌어졌다. 비닐하우스 선방 한쪽으로 뚫어놓은 배식구로 정성껏 만든 도시락이 들어갔다.
몇 분 뒤, 안에서 나온 쪽지에 외호대중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두 글자다. 다름 아닌 ‘수저’. 부랴부랴 준비해 넣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주 중반부터 많은 비가 내리면서 천막에 비가 새고, 수능 한파에 화장실이 얼어버린 웃픈 일이 계속됐다. 유일한 소통 수단인 쪽지로 이 모든 응급 상황을 처리하고 있지만,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선방의 정확한 상황을 알기란 쉽지 않다. 외호대중들은 그저 원만회향을 기원하며 기도로 힘을 보태고 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잇따라 일어난 가운데서도 정진은 계속되고 있다. 첫 주말인 11월16일, 대규모 토요 정진단의 본격적인 수행이 시작됐다.
바쁜 일상에 정신없이 사는 와중에도 동안거 기간만이라도 상월선원 정진 대중들처럼 살아보겠다고 약속한 대중들이다. 조계사와 수국사 등 주요 사찰 신도들뿐만 아니라 조계종 포교사단, 학교법인 동국대 의료원 및 법인사무처 임직원, 산하 학교장 등 각계각층에서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일상에 쌓인 마음의 때를 벗기고, 천막법당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상월선원을 향해 힘차게 석가모니불을 외치며 부처님처럼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오후2시를 조금 넘기자 동안거 정진에 함께하려는 재가 신도들이 속속 도착했다. 어느새 법당은 기도 대중들로 가득 찼다. 기도의 힘을 배가시키기 위해 대북과 징이 등장했다. 사물을 활용한 스님들의 신묘장구대다라니 독경이 시작되자 대중들도 빠르게 기도에 몰입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르고, 석가모니불 정근에 이은 참선 시간. 밖에서는 시종일관 공사 소음이 이어졌지만 참가 대중들은 일체 미동 없이 자기 안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이어진 2부 법회. 오후3시30분부터 한 치의 오차 없는 정진이 칼 같이 들어갔다. 장엄한 북소리에 맞춘 염불은 희유의 세계로 인도했다. 고성염불은 40여 분간 이어졌다. 4시10분 대다라니 21독을 마친 직후, 기도 대중들은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직접 작성한 소원지와 등을 선원 울타리에 달고 부처님을 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곧바로 이어진 마음나누기 시간.
물방울이 모여 바다로 향하듯, 다양한 소감들은 결국 하나의 발원이 되었다. 결사 대중들이 문 없는 문을 부수고 나올 때까지 힘을 모으겠다는 다짐이다.
매일 예불을 올리고 있는 환풍스님의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춥고 배고플 때 도심(道心)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조계사 신도님들이 많이 오셨는데, 정말 멋져 보입니다. 기도 열심히 하시고 보람된 일을 하시고 있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을 보면 닳지 않는 배터리 같아요. 쉴 틈을 안 주고 휘몰아치듯 기도를 이끌었어요. 감사의 박수를 보내 주세요. 한 분 한 분 소중한 9분 스님들이 원만 회향을 잘 해야 불교도 살고, 외호하는 모든 대중도 보람을 느낄 수 있죠. 불교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고 여러분의 신행생활도 더더욱 깊어지길 기원합니다.”
신성현 동국대 불교대학장의 소감도 눈길을 끌었다.
“1986년도에 성철스님을 뵈었어요. 백련암에서 정진하던 그때 기분이 다시금 살아났습니다. 성철스님의 형형한 그 눈빛이 여기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불교는 결사를 통해 불교정신을 되살린 역사가 있습니다. 성철스님께서 이야기 했던 봉암사 결사 통해 한국불교 정신 되살렸죠. 부처님 당시에도 결집이라는 것을 통해 부처님 말씀을 정리했지요. 초발심 정신으로 되돌아가자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9분 스님들도 초발심으로 돌아가자는 원력으로 저곳에서 정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해 기쁘고 희유합니다.”
이병인 부산대 교수는 이번 결사를 계기로 한국불교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기를 기도했다.
“지난 25년 간 종단 일을 도와주면서 느꼈던 것은 갈수록 한국불교가 침체되고 있구나 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안타깝습니다. 멀리 있지만 가능하면 토요일마다 적극적으로 동참할 생각입니다. 이곳을 찾을 때 마다 한국불교가 새롭게 도약했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기도 동참 대중들의 성원으로 한국불교가 새롭게 전환되고 발전했으면 합니다.”
보수 진보를 떠난 한 불자의 발원도 있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구명위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최근호 씨의 소감이다.
“불교를 잘 모르지만,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뵙고 불교를 알게 됐습니다. 자승스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불교란 이런 것’ 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통진당이 해산되고 이석기 의원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 시기에 원장 스님께서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이런 자비심이 부처님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천막에 비가 샌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고, 비록 미약하지만 스님께서 건강하게 우리 곁으로 다시 올 때까지 정진 대중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정충래 동국대 이사를 비롯한 동국대 산하 임직원들도 대거 참석해 결사의 원만회향을 발원했다.
“안에 계신 9분 스님들 곁에서 가까이 모시기도 하면서 이번 동안거가 남의 일이 아니다는 생각으로 달려 왔습니다. 이틀 동안 겨울답지 않은 큰 비가 내려서 천막이 샌다는 이야기 듣고 걱정했는데 오늘 이렇게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여 날씨도 좋은 것 같습니다. 한겨울 내내 따듯한 마음을 모아 천막에 계신 스님들을 돕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동국대 일산병원에서도 정진 대중을 응원하기 위해 기도에 동참했다.
채석래 동국대 일산병원 연우회 회장은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유튜브와 밴드에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해 스님들 원력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기흥 중앙신도회장도 결제에 든 스님들 모두 건강하게 정진을 마치길 기원했다.
“함께 해 주신 신도님들 감사드리고 중앙신도회도 이 법연에 기꺼이 적극 참여할 것을 약속합니다. 9분 스님들 모두 건강하게 나와 주시길 발원하고, 이러한 혹독한 정진이 한국불교의 변화와 전법과 포교로 이어지기를 부처님 전에 서원합니다."
어느새 오후5시. 햇볕이 자취를 감추자 추위가 찾아왔다. 몸도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정진 대중들은 한국 불교의 미래가 환하게 밝아지기를 기원하는 발원문 낭독과 반야심경 봉독으로 이날 기도를 마쳤다. 바람에 날리는 소원지도 사부대중의 원력에 힘을 싣는 듯 했다.
한편 위례 상월선원에는 현재 전국 사찰 신도들의 기도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13일은 수국사, 14일은 봉은사와 성남 봉국사, 15일은 안동 봉정사, 안동 연미사, 대구 성화사, 양양 낙산사 서울 구룡사, 진관사 등에서 선원을 방문해 정진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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