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불교는 ‘초고령화 사회’ 어떻게 준비하는가
⑤ 갈수록 늙어가는 종교계…이웃 종교는? <끝>


불교 비롯해 이웃종교도
고령화된 신도 문제 직면
노인친화적 종교로 변화 중

65세 이상 어르신 신도들
생산성 떨어지는 존재 아닌
종교 이끄는 주체로 인식

“불교계도 노인세대 포교
집중 추진할 조직 필요해”

지난 10월27일 서울 A 사찰에서 만난 김정덕 어르신(77, 여)은 20여 년간 이 절에 다녔지만, 신도회 활동은 물론 사찰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도 참여하지 않는다. 김 어르신은 “여든이 다 되가는 늙은 나이에 뭘 하는 것 자체가 창피하고 젊은 사람들 눈치가 보인다”며 “나 같이 생각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성치 않은 무릎으로 힘들게 걸어온 김 어르신이 사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기도수행 말고는 딱히 없어 보였다.

갈수록 고령화 되는 종교 신자 인구는 불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웃 종교인 천주교와 개신교에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고 온갖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렇다면 이웃종교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타개하기 위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갈수록 노령화 돼가는 신도들 문제는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이에 이웃종교에선 노인친화적 종교로 탈바꿈하려 시도중이다. 불교에서도 어르신 불자가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존재가 아닌 불교를 이끌어갈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단오행사에서 주지 지현스님이 사찰에 오랜 다닌 어르신 불자의 발을 청포물에 씻겨 드리는 모습. 불교신문
갈수록 노령화 돼가는 신도들 문제는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이에 이웃종교에선 노인친화적 종교로 탈바꿈하려 시도중이다. 불교에서도 어르신 불자가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존재가 아닌 불교를 이끌어갈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단오행사에서 주지 지현스님이 사찰에 오랜 다닌 어르신 불자의 발을 청포물에 씻겨 드리는 모습. ⓒ불교신문

 

노인만을 위한 교회 만든 개신교

경기도 성남시에는 노인 교인들을 위한 교회가 있다. 바로 선한목자교회에서 만 65세 이상 신자만을 위해 만든 ‘갈렙교회’이다. 우리로 치면 사찰 안에 어르신 불자를 위한 사찰을 만든 셈이다. 갈렙교회 설립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선한목자교회가 교인들의 65세 은퇴를 결정하면서 부터다. 교회를 젊게 만들자는 생각이 바탕이 됐지만, 은퇴한 뒤 할 일이 없어진 60대 후반부터 70대 이상 신자들의 역할이 애매모호해진 결과를 낳았다. 

이 때 ‘시니어 신도의 중요성’을 느낀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는 “60~70대 노인 교인들이 가장 성숙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종교를 이끌 힘을 갖고 있다”는 판단했고, 곧바로 65세 이상 은퇴 교인들만을 위한 ‘갈렙교회’를 지난 2013년에 설립됐다. 

처음 갈렙교회를 조직할 당시엔 65세 이상 교인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고 한다. “늙었다고 이제 아예 뒷방으로 내모는 것이냐”는 반발과 함께 “젊은 세대들과의 단절을 초래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유 목사가 “65세 이상 교인들만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고자 한다”며 거듭 설득한 끝에 만들어졌다.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갈렙교회는 고령화된 신도들을 위한 대표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갈렙교회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상급 조직인 선한목자교회와 별도로 재정과 의사결정 구조 등이 독립돼 있다는 것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노인들을 위한 예배시간도 따로 마련했다. 이를 통해 시니어 교인들이 독자적이고 주제척인 활동이 가능한 구조가 됐다. 세대 단절을 초래할 것이란 당초 우려와 달리 오히려 어르신들만의 공동체가 활기를 띠면서 세대 간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갈렙교회를 담당하는 염희선 목사는 “사회에서 소외돼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잊고 지내는 노인 신자들에게 심적 위안을 주는 게 종교의 역할이 돼야 한다”며 “노인 포교에 있어서 중요한 방향은 이들의 심신의 외로움을 해결해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신도 전담부서 만든 천주교

종교계에 불어닥친 고령화 바람을 천주교 또한 피하지 못했다. 천주교주교회의가 올해 초 발표한 ‘2018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천주교 신자는 586만681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신자의 비율은 모두 113만3768명으로 전 신자의 19.4%에 해당한다. 불교와 비슷하게 ‘초고령화’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주교는 노인 신도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사목 활동(불교의 포교·전법 활동을 의미)’을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서울대교구 ‘노인사목팀’을 비롯해 인천 대전 수원교구 등에서도 노인 사목 부서를 신설했다. 불교로 치면 교구본사 사찰에 어르신 불자들을 위한 행정 조직을 별도로 둔 셈이다. 

노인들을 연령별로 계층을 나눠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펼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노인사목팀을 중심으로 55세부터 67세까지 신자를 위한 ‘가톨릭 영 시니어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 각 성당에서는 60대 후반부터 그 이상 신자들을 대상으로 ‘시니어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천주교의 시니어 아카데미란 노인대학과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해서 큰 교구부터 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까지 노인 신자들이 와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노인 복지와 교육, 문화 등에 정책 마련을 위해 현역·은퇴 교수 등 전문가로 꾸린 ‘노인사목 연구위원회’를 둔 점도 특징이다. 서울대교구 노인사목팀 산하에 소속된 이 위원회의 주된 업무는 각 성당에서 활용할 노인 친화적 프로그램 개발이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노인들이 성당에서 편안하고 즐기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한다. 자연스럽게 성당을 찾는 노인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 만들어지고 있다. 

불교계가 해야 할 일은?

이웃종교가 진행 중인 몇몇 사례이긴 하지만 위 내용은 신도인구 고령화로 고민 중인 불교계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어르신 신도들을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존재가 아닌, 풍부한 경험과 신심을 바탕으로 해 종교를 이끌어갈 주체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종교 활동 참여를 개인과 사회와 소통하고 연결할 수 있는 기회이자, 사회 활동의 주요 자원으로 본 것이다.

이와 함께 어르신 각각의 수요에 맞는 체계화된 포교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노인 친화적 종교로 바뀌는 점도 이웃 종교 사례가 던져주는 교훈이다. 반면 우리는 그동안 어르신 불자들을 ‘불교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노인 친화적인 불교를 만들기 위해선 사찰과 주지 스님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이 집중된다. 모든 신도들이 한 데 모여 열리는 정기법회 이외에 어르신 불자들만을 위한 법회를 여는 것은 사찰 주지 스님의 관심만 있다면 지금 당장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

특히 어르신 불자만을 위한 법석엔,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한 고령의 신도들을 위한 좌식 의자를 구비하는 등의 배려를 실천한다면 노인 불자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각 사찰마다 노인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것 또한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실 어르신 신도들이 절에 와서 하는 일은 법문을 듣고 기도수행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또래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배울 수 있는 노인대학 설립을 통해 어르신 신도들이 절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종단 차원의 뒷받침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제도적 시스템 마련 없이는 단편적인 대응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주교의 사례를 살펴본 것과 같이 어르신 신도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종단 내 부서 설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인구의 노령화 문제가 우리사회 중심 화두인 상황에서 노인 포교가 곧 불교의 미래”라며 “종단은 물론 전국의 각 교구에서도 어르신 신도를 위한 전문 조직을 구성해 사찰을 찾는 어르신 불자들을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교신문3535호/2019년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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