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전국비구니회 회장에 당선된 본각스님이 11월13일 취임식을 갖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새 회장 스님께서 그간 보여주신 지혜와 원력을 비구니 스님들은 물론 종단과 한국불교를 위해 아낌없이 매진해주십사 하는 당부드린다.
축하 인사를 먼저 건네는 것이 예의인 줄 알지만 우리 종단 앞에 놓인 과제가 한 둘이 아니고 ‘한국불교 위기론’이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지경이어서 당부의 말씀부터 드렸다.
전국비구니회의 새 출발을 바라보면서 지난 선거에 관해 몇 가지 평을 하려 한다. 이는 누구를 탓하거나 지난일을 끄집어 내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4년마다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충정에서다. 누군가는 정리를 해야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도 ‘알고 짓는 죄보다 모르고 짓는 죄가 더 크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잘못인 것을 늦게라도 알면 더 이상 업을 쌓지 않지만 모르면 계속 범하여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죄업을 짓기 때문이다. 승가가 자자포살을 정기적으로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도반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기에 지난 선거를 회고한다.
선거는 일정한 조직 또는 집단이 대표자나 임원을, 구성원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자가, 정해진 방법에 따라 자유의사로 선출하는 행위다. 선거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의 직접 참여다. 그런데 최대 장점이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 남발, 상대방 비방 등 온갖 나쁜 수단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국비구니회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의 좋은 점, 나쁜 점이 드러났다. 좋은 점은 세속의 정치수단인 선거라는 방식을 동원하지만 승가답게 즐거운 축제로 만들자는 대중들의 결의가 충만하고 이를 지켰다는 점이다. 대중들은 즐겁고 유쾌한 선거 축제를 기대하며 최대한 자중하고 조용하게 진행했다. 금품수수 같은 선거 잡음은 일체 없었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뒤 모두 “전례에 없던 선거였다”며 호평했다.
나쁜 점은 상대방 헐뜯기, 비방같은 네거티브의 등장이다. 회장에 당선된 본각스님의 학력 문제, 지난해 7월 ‘조계종을 걱정하는 비구니 일동’ 명의의 성명 연대서명에 대한 공격이 그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납득하기 어렵다. 배우면 속퇴한다며 공부를 금기시하던 옛날에 은사 스님의 배려로 학교를 다녀 정상적으로 공부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노력하여 교수가 되어 평생 후학을 양성한 본각스님의 학력을 문제 삼았다.
본각스님의 학문 연구 열정과 노력을 승가는 물론 세상이 다 아는데 격려와 감사는 못 할망정 중학교 졸업장이 없다며 자격을 운운했다. 당시에는 그러한 스님들 모습에 크게 실망했지만 이제는 비방성 선거운동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사례를 보여준 셈이어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법부 제소는 최악의 선거운동이었다. 수천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직접 뽑는 대표자를 종단 호법부 판단에 맡겨서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 한건지. 육문스님은 평생 올곧은 수좌로 만인의 존경을 받는 선지식이다. 호법부 제소와 같은 무리수가 스님의 재임을 가로막은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나 싶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링컨 대통령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고 했다. 유권자의 현명한 한 표 한 표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뜻이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네거티브가 없는 종책으로 당당히 치러지는 선거문화로 정착되었으면 한다.
[불교신문3535호/2019년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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