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던 부처님 사리 82과가 돌아왔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본래 있던 사찰이 폐찰되고 탑만 덩그러니 남은 절터에 있던 사리다. 청양 도림사지 삼층석탑 사리 1과, 보령 성주사지 출토 사리 17과, 전 남원사지 출토사리 4과, 광주 서오층석탑 사리 56과, 순천 매곡동 석탑 사리 4과 등이다.

한 때는 웅장한 자태로 중생들의 아픔을 달래고 위안을 주던 가람을 지키던 탑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라지고 부처님 사리도 제자리를 떠나야 했다. 불교가 쇠퇴하면서 가람이 기울고 부처님 사리도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불교가 융성해지고 종단이 번성하면서 잃어버렸던 성보를 다시 찾아 모셔올 수 있었다.

우리 종단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간 전국 국공립박물관이 소장하던 129과의 사리를 ‘장기 대여’ 형식으로 이운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이에 따라 2017년 분황사 석탑 사리 및 김시습 부도 사리 등 40과를 이운하고, 2018년에는 황룡사지 및 감은사지 출토사리를 포함해 7과를 이운했다. 이번에 다시 82과의 사리를 돌려 받은 것이다. 

종단으로 돌아온 불사리는 11월18일까지 대중들이 참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뒤 본래 출토지와 가까운 사찰의 석탑이나 불상에 봉안한다.

청양 도림사지 삼층석탑 및 보령 성주사지 출토 사리는 공주 마곡사로 이운해 천안 성불사 관세음보살상에 봉안하고 남원사지 출토 사리는 진안 금당사 석탑(문화재자료 제122호)에, 광주 서오층석탑 사리는 순천 송광사로 이운해 무각사 대적광전 삼존불과 불탑을 조성한 후 모신다.

본래 있던 절은 이런 저런 이유로 폐찰되었지만 인근 사찰로 돌아가는 만큼 이는 우리 종단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불자들에게도 큰 경사다. 노력한 종단과 박물관 관계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사리는 곧 부처님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화신(化身)은 본래 자리로 돌아갔지만 가르침과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남아 면면히 이어오니 그 상징이 바로 사리다.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을 한 형상을 만들지 못하도록 해 불상은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나왔지만 사리는 열반과 동시에 부처님을 대신했다.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 후 일곱 나라가 사리를 받아 큰 석탑을 세우고 싶다며 서로 요청하다 전쟁 직전까지 이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바라문이 이를 중재해 여덟 몫으로 나누고, 분배가 끝난 뒤 찾아온 몰리야족에게 준 숯과 중재할 때 사용한 병을 합쳐 열 군데에 사리탑을 세운 역사는 사리가 불교에 얼마나 소중한 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사리 이운을 통해 배워야 할 또 하나의 교훈은 종단의 소중함이다. 종단이 허약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불법도 쇠퇴하고 부처님 사리도 온전히 지키지 못함을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 

제자리를 떠난 성보가 그 흔적이다. 두 번 다시 사찰이 무너지고 성보를 잃는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종단이 튼튼하고 건강해야 한다는 기본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불교신문3535호/2019년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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