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돌 하나의 무게를 지니면
얼마나 침묵할 수 있을까.
나의 무게에 돌 하나의 무게를 더하면,
얼마나 오랫동안 꿈꿀 수 있을까.
슬며시 빈손이 움켜쥐던 돌,
하늘이 이마를 부딪고 새파란 피를 흘리던 돌,
돌 속에 강이 흐르고, 나무들이 자라고,
돌 속에 꽃이 피고, 돌 속에 꿈꾸는 별이 있네.
돌을 만지면 나는 왜 자꾸 부딪고 싶은 걸까.
그 오래된 꿈속,
돌 속에 스며들어 노래하고 싶은 걸까.

-김승하 시 ‘꿈꾸는 돌’에서
 


돌이 하나 있다. 꿈적하지 않고 침묵인 채로 돌이 하나 있다. 가만히 보면 돌은 푸른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돌 속에 강과 나무들과 꽃과 별이 들어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돌멩이 속에도 삼라만상이 들어있다는 뜻이 아닐까. 흐르고 멎고, 자라나고 시들고, 꽃 피고 꽃 지는 일들이 돌멩이에게도 들어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리고 그 돌멩이 속에 어제의 회한(悔恨)과 더불어 내일의 꿈과 노래가 들어있다는 뜻이 아닐까. 우리의 인신(人身)과 인심(人心)에도 이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불교신문3535호/2019년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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