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공, 무상, 무아 관찰 성숙해진 상태”

가행위 4단계로 4선근이라 해
난위 정위 인위 세제일위 구분
번뇌 굴복되지 않는 오력 생겨

등현스님

가행위에서 고성제에 대한 바른 앎과, 고통의 원인을 끊고, 열반의 증득을 위해 도성제의 네 가지 행상인 도, 여, 행, 출을 관하게 된다. 열반의 도시를 향해서 가니 도(道, mrga)라 하고, 수행을 하면 할수록 번뇌가 더 많이 소멸되고 마음이 더 청정해지기 때문에 또는 뜻과 이치에 계합하기에 여(如, nyya)이고, 열반의 획득의 길로 나아가기에 행(行, pratipatti)이고, 현행하는 고의 과보를 영원히 벗어나기 때문에 출(出, nairyn.ika)이다. 

이때 4념주의 총상념주를 더욱 챙겨 수행하게 되는데, 오온 가운데 상과 행을 관하는 법념주가 중심이 된다. 번뇌는 잠재된 것(anusaya)과 현행하는 것이 있고, 현행하는 번뇌는 6가지 감각기관에 의지해서 발생하는 번뇌이다. 감각 기관이 대상을 경험할 때 의식과 느낌이 발생하는데, 이때 느낌을 관하면 수념주가 된다.

그 후에 심(尋, vitarka), 사(伺, vichara)를 거쳐 판단 작용(想)과 욕구 작용(行)이 발생하는데, 욕구 또는 의도(行)는 업과 바로 연결되는 직접적인 것이고 상(想)은 욕구를 일으켜 업으로 발전되는 간접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스러운 견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상과 행을 보고 다스려야 한다. 나의 삶을 지배하는 업은 욕망과 그 욕망을 표현하는 의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때, 상과 행의 발생과 소멸을 추론이 아닌 직접지각 즉 사티를 통해서 보아야 한다. 그 생멸하는 모습(無常)들을 집착하는 감정이 고(苦)임을 보고, 생멸하는 것에 주체적 자아가 없어(無我), 본질의 측면에서 보면 텅 비어 공(空)하다는 것을 보았을 때 가행위에 든다. 결국 가행위는 신수심법을 고, 공, 무상, 무아로 관찰하는 것이 점점 성숙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가행위는 난위(煖位), 정위(頂位), 인위(忍位), 세제일위(世弟一位) 네 가지 단계이고 이를 4선근이라 한다. 연기를 보고 불을 추론하여 아는 것처럼, 난위에서 견도의 가까움을 수행의 열기가 더해진 따뜻함으로 알 수 있고, 사제를 관함이 자연스럽고, 생사의 허물, 열반의 공덕을 관하여 번뇌를 끊고 선근을 심는 4정단의 힘이 증가한다.

정(頂)은 고와 고의 원인에 대한 앎이 정점에 이른 것이며, 선정의 힘에 의해 신족이 증가한다. 인(忍)은 고의 행상인 고, 공, 무상, 무아에 대한 깨달음이 원숙하여 5근(五根)이 증가한다. 세제일위는 사성제에 대한 체험으로 5력(五力)이 성숙하고, 그 힘에 의해 번뇌에 굴복당하지 않는다. 

난위를 성취하면 오래 윤회하지 않고, 언젠가는 열반에 들 수 있다는 뛰어남이 있으나 아직 많은 번뇌가 많이 남아있어서 이 상태에서 죽게 되면 업의 여하에 따라 난위의 선근을 버리고 3악취에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난위를 성취하면 정위에 이르도록 수행해야 한다. 정위는 정법을 성취한 공덕으로 오래 윤회하지 않고, 선근이 끊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정위의 허물은 퇴타하여 물러날 수 있고, 3악취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죽음에 이르러서 선근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위는 난위보다 안정적인데, 그 이유는 정위에서 삼보의 수승한 공덕을 관찰하여 바른 신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인위에 이르면 더 이상 뒤로 물러남도 없고 선근이 끊어지지 않아 두려움이 없게 된다. 세제일위는 중생의 상태에서는 수행의 마지막 단계이며 반드시 견도에 들어가게 된다. 

이 4선근에 상중하의 3품이 있으니 상은 불승, 중은 독각승, 하는 성문승의 가행이다. 난위와 정위에서는 성문승에서 독각승, 불승으로의 전향이 어렵지 않으나, 인위에 일단 오르면 불승으로의 전향은 거의 가능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인위에 일단 들어서면 더 이상 악취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보살이 3악도에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전향하려 한다면 60겁을 지나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535호/2019년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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