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스님들 희망에 보답하는 것이 제 역할”

비구니회관은 스님들의 고민
사회문제들을 받아 담는 그릇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

현실적인 복지 체계 구축 등
종책 실현위해 조직체계 개편
집행부 30여 명 함께 고민해
단기‧장기계획 수립 발표 예정

‘소통과 실천’.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이 선거 과정부터 강조한 키워드다. 지난 9월18일 전국비구니회장에 당선된 본각스님은 당선 직후부터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주요 종책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본각스님은 앞으로 4년 회장 임기 동안 전국비구니회가 나아갈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비구니 승가 위상 강화를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1월9일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서 본각스님을 만났다.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은 전국비구니회가 나아갈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비구니 승가 위상 강화를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각스님은 “비구니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가져주시기를 바란다”며 “비구니 스님들이 모두 전국비구니회관이 내 집이라는 생각으로 언제든지 비구니회관을 찾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비구니 승가는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통합 종단 출범 이후 비구니 승가 발전은 수행과 교육, 포교, 복지 등 각 분야에서 주어진 임무와 역할에 매진해 온 비구니 스님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청정하고 건강한 승가를 구현하겠다는 비구니 스님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통과 뿌리를 지켜온 비구니 승가를 “거룩한 승가”로 평가하며 전통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현대 사회 흐름에 발맞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평등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중생들에게 다가갈 것”을 약속했다.

스님은 “한국 비구니 승가를 말할 때 항상 ‘거룩한 비구니 승가’라고 수식어를 붙인다. 한국불교 1700년 동안 어려운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구니 스님들은 뿌리를 지켜왔기 때문”이라며 “한국불교에서 종단 두 날개로서 비구 승가와 함께 비구니 승가가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룩한 일이다. 부처님 당시부터 있었던 비구니 승가의 수행정신을 그대로 지켜가면서 모든 약자들을 위해 어머니와 같은 자비로서 손을 내밀고 보살펴 온 것 역시 비구니 승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부처님 당시 비구니 승가를 허락하신 그 정신은 평등 정신에 기반한 것”이라며 “그 평등한 마음에 입각해 모든 불평등과 차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비구니 승가가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각스님 당선을 결정지은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 선거에는 역대 최대 인원인 2000여 명이 참여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1880표 가운데 본각스님은 1064표를 얻었다. 변화를 바라는 많은 비구니 스님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였다. 비구니 스님들의 직접선거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적 방식으로 불교계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후유증을 남기기도 했다.

회장 선출 절차와 관련한 규정 미비, 선거 기간 동안 불거진 갈등과 일부에서 제기된 학력의혹 등 네거티브 논란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전국비구니회를 이끌어야 하는 일도 본각스님 앞에 놓인 과제들이다. 이에 대해 본각스님은 “희망을 발견했던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삶은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 제 근본 생각이었습니다. 사회도 정의롭고, 종교는 더 정의로워야 하고, 종교 수행자로 사는 사람은 마음도 행동도 정의로워야 합니다. 스스로 정의롭게 수행자다워야 합니다. 그러한 모습으로 존경받는 승가가 돼야 합니다. 그것이 많은 스님들, 2000여 명 가까운 스님들이 오셔서 투표에 임해 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그 희망에 보답하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어 선거 과정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본각스님은 “선거 기간 동안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표출됐다. 회칙에 선거와 관련된 부분이 전무했다. 회칙이 미비하다보니 많은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며 “앞으로 선거를 비구니 스님들이 우리들의 대표를 기쁜 마음으로 투표할 수 있는, 비구니 스님들의 축제로 치르기 위해 무엇보다 회칙이 중요하다. 앞으로 비구니회 회칙을 면밀히 검토하고 살펴서 내년 총회에 대비해 전체 회칙을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각스님을 만난 이날은 스님이 머물던 고양 금륜사에서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로 짐을 옮기는 날이었다. 본각스님은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 상주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선거 과정에서 강조했던 “법룡사를 찾는 모든 이들과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일이었다.

“선거에 나서면서부터 전국비구니회관에 상주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금륜사 신도들이 많이 아쉬워하셨지만 4년간 사람이 멀리 떠난 것도 아니고 큰일을 위해서 서로 기다리고 노력하자고 이야기하고 오늘 법룡사로 왔습니다. 그동안 전국비구니회관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거 때 비구니 스님들에게 이야기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이곳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작심했습니다.”

본각스님은 앞으로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 상주할 계획이다. 전국비구니회관을 비구니 스님들이 모여 자유롭게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공간, 그 중심이 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전국비구니회관은 전체 비구니 스님들의 고민과 생각, 사회문제들을 받아서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본각스님은 원력과 전문성이라는 원칙하에 집행부 인선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10여 명의 스님들과 함께 법룡사에서 머물며 많은 스님들을 만날 예정”이라는 본각스님은 “집행부 스님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 전국비구니회를 위해 본각스님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이 모였다. 부처님께서 계시고 불자 분들이 계시니 못할 것이 없다. 스님들과 함께 원력을 갖고 많은 이들이 찾는, 온기 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6000여 비구니 스님들에게 제시했던 △현실적인 복지 체계 구축 △인재 육성과 활용방안에 진력 △열려있는 전국비구니회 구현 △사회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도 등 종책들을 구체화하기 위한 발걸음도 시작했다. 기존 문화부와 사회부를 각각 문화포교부로, 사회복지부로 확대하고, 새롭게 국제부를 신설하는 등 비구니회 조직과 행정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종책들을 구체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총무부, 기획실 등 7개 부서와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 사찰음식연구소 등 각 부서별로 종책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본각스님은 “종책을 함께 고민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전반적인 현황들을 파악하고 있고, 종책들이 말로만 끝나지 않도록 조심스럽지만 종책 실현을 위해 각 파트별로 1년 단기 계획과 4년 장기 계획들을 수립하고 있다”며 “부‧국장 스님 30여 명이 수립한 계획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세워 올 연말 즈음에는 발표할 예정이다. 제12대 집행부 로드맵이 마련될 것이다. 그것이 발표되면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밝혔다.

이와 함께 비구니 스님 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 비구니 스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본각스님은 “비구니 스님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수준도 높은 편이다. 앞으로도 전문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어학이나 유학, 염불 등 스님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통해 인재들을 양성하고, 양성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네트워크화할 계획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시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에게 전국비구니회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에 전국비구니회관을 활짝 열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관심이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구니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비구니 스님들이 기뻐할 일들을 할 계획입니다. 어려운 일들은 비구니 스님께서 같이 거들어 주시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구니 스님들이 모두 전국비구니회관이 내 집이라는 생각으로 언제든지 비구니회관을 찾아 주시길 바랍니다.”
 

■ 본각스님은…

1952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육년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6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1977년 월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76년 동국대 철학과를, 1979년 봉녕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유학길에 올라 도쿄 릿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도쿄 고마자와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승가교육과 후학양성에 매진했다. 제11대~13대 중앙종회의원, 한국비구니연구소장, 전국비구니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양 금륜사 주지를 맡고 있다.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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