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걷게 해주는 여신도 있다

일곱번째 개부일체수화 선지식
중생들에게 육바라밀, 사섭법
사무량심 안목 심어주어 각자
자기 인생의 꽃 활짝 피게 해

원욱스님
원욱스님

십지(十地) 선지식 중 7번째 원행지에 해당하는 개부일체수화(開敷一切樹華) 밤의 여신은 방편바라밀을 중심으로 잡아 나머지 9개 바라밀을 수행하는 분이다. 모든 나무의 꽃을 피워주는 밤의 여신은 일체 중생들과 함께 육도에서 살면서 그들에게 육바라밀, 사섭법, 사무량심의 안목을 심어주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인생의 꽃을 활짝 피게 해주는 분이다. 꽃길을 걷게 해준다는 말이다. 

개부일체수화 밤의 여신은 기이하고 보배스러운 향나무로 만든 누각의 사자좌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 별빛 같은 백만명의 밤의 여신들이 공경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감동한 선재가 얼른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보리심을 내어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원컨대 저를 어여삐 여기시어 보살행과 지혜를 얻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여주소서.”

“선재여, 나는 이 사바세계에서 해가 지고 연꽃이 오므라들어 사람들이 구경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에 그들을 보호하여 바른 길을 찾아 그들의 목적지까지 인도하고 편안하게 밤을 지내도록 한다. 한창 혈기가 왕성한 그들이 집으로 가다가 이성을 좋아하여 교만, 방탕한 오욕락에 빠질 수 있다. 그 때 그들 눈앞에 청춘이 지나가면 순식간에 늙고, 병들고, 죽음이 온다는 것을 보여주며 사랑하는 가족을 보여줌으로 두려운 생각을 내고 나쁜 짓을 멈추도록 해준다.”

며칠 전 뉴스에서 휴가 중인 젊은 군인이 술에 취해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벌거벗은 채 대로를 뛰어다니며 여성들을 겁준 일이 보도되었는데 세상의 모든 청춘남녀들과 그 부모들에게 이 개부일체수화 밤의 여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리고 그들을 부처님께 인도하고 싶다. 

다시 선재에게 보살행은 육바라밀에서 시작한다는 가르침을 주신다.

“인색한 이에게는 보시를, 파계한 이에게는 청정한 계율을 칭찬하라. 화를 잘 내는 이에게는 자비를, 남을 괴롭히고 해치는 이에게는 인욕을, 게으른 이에게는 정진을, 산만한 이에게는 선정을 나쁜 견해를 가진 이에게는 반야를 배우게 해야 한다.

부처님께 가는 길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서원바라밀을, 장애가 많은 이에게는 보살의 힘바라밀에 머물도록 하고, 중생이 마음이 어두워 지혜가 없으면 보살의 지혜바라밀에 머물게 하라. 나는 이렇게 실천하여 ‘보살의 크고 깊은 기쁨의 광명을 내는 해탈문(菩薩出生廣大喜光明門解脫門)’을 성취했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해인삼매(海印三昧)는 고요한 바다에 밤하늘의 달과 별을 그대로 투영하여 바다가 밤하늘의 경지를 이해하는 것처럼 부처님의 경계와 안목을 중생이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중생의 바다가 번뇌란 풍랑으로 흔들려 밤하늘을 비추지 못하면 부처님의 안목을 모르는 것과 같다. 나의 바다가 고요해지려면 육바라밀이란 보살행을 성취하고 바로 중생을 위한 보살행으로 나아가야한다.

만약 육바라밀에 머물면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안목을 성취할 수 없다. 이 밤의 신의 원행지(遠行地)행은 중생과 함께 살아가며 대지혜와 자비의 바다를 이루고 부처님의 십력을 다 갖추어 앞으로 등각, 묘각의 지위를 열어주는 지위이기 때문에 모든 나무에 꽃이 피게 해주게 되는 것이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는 어떠하며, 언제 이루셨습니까?” “여러 중생들이 받는 즐거움인 이 해탈문의 위대함은 모두 여래의 위덕의 힘이다. 여래의 가르침을 순종하고, 실천에 옮기며, 여래의 행을 배워 도를 닦으며, 정법을 의지하면 여래가 지혜햇빛과 청정한 힘으로 우리를 거두시니 바로 해탈문 광명의 힘이다.

부처님의 경계는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말해도 다 할 수 없으니 탐욕, 성냄, 어리석음, 교만, 의혹에 쌓인 중생들이 알 수 있는 법이 아니다. 중생들을 이 삼독의 어둠속에서 건져내야하는 까닭이다. 네가 중생을 위한다면 먼저 자비심을 내어라, 너는 큰 신통력을 얻게 될 것이고 그들의 원을 들어 줄 지혜와 복덕의 바다를 마련하고 또한 중생들도 너를 따라 그 길을 갈 것이다. 이것이 ‘보살의 지혜에 편안히 머무는 경지’다.”

이 밤의 여신은 오래 전 어느 날, 위대한 일산왕(日傘王)의 설법으로 중생을 교화할 때 그 회상에 머물던 60여명의 동녀들 가운데 있었던 보광명동녀다. 그가 보살행의 원력을 지니고 왕의 법문에 감동하자 왕이 기특히 여겨 모든 동녀들에게 아름다운 옷을 내리니 동녀들이 갈아입고 왕의 오른쪽으로 돌자 옷에서 별과 같은 광명이 환하게 빛나더니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쁨의 광명으로 우리를 보호하며 보살행을 권유하고 계신다.

[불교신문3535호/2019년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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