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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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동생과 잘 사는 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동생은 형에게 가서 부탁을 합니다. 먼 곳으로 가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그곳까지 타고 갈 수 있는 말을 한 필 빌려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형은 야속하게도 아우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아우는 걸어서 몇 달이 걸리는 길을 걷고 또 걸어서 도착해서 있는 힘을 다해 돈을 법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열심히 일한 동생은 부유해지고 자기 재산만 지키려고 했던 옹졸한 형은 친구의 꼬임에 속아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입장이 바뀐 형이 아우에게 말을 한 필 빌리러 찾아갑니다. 아우는 어떻게 했을까요? 예전의 형처럼 말을 빌려 주지 않았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아우는 형에게 한발 더 나아가서 말이 끄는 마차를 흔쾌하게 내어주었습니다.

꽤 오래전에 이 이야기를 접하고 ‘복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진정한 복수는 내가 받은 안좋았던 느낌대로 ‘반사’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가 자신처럼 그런 복수를 하겠거니 짐작하는 것과 반대로 더 큰 호의와 자비, 배려로 갚는 것이 진짜 복수일 겁니다.

너도 한번 당해보라는 생각으로 앙갚음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후회와 망상뿐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살면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들이 다반사인데, 그때마다 마음 아파하며 이를 갈고 복수를 꿈꿀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삶의 진정한 복수에 대해서 말입니다.

[불교신문3535호/2019년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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