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위기 나라의 위기 연기법으로 살피면
특정 누구 잘못 아닌 여러 요인 조건 겹쳐
무엇이 원인이며 결과인지 알 수 없는 세계

위기 만든 수많은 원인 조건 먼저 파악하고
그 조건도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 알아야
이처럼 바른 견해 가져야 첫 걸음 잘 내딛어

윤성식
윤성식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아직도 제 정신으로 살고 계십니까’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오죽 살기 힘들면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헬조선이라는 단어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을지 모르지만 자살률 세계 최고의 국가이기에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한 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우울증도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는 병명이 되었을까?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비약적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매우 심각한 수치를 보인다. 아직도 가끔 굶어 죽는 사람이 뉴스에 나올 정도로 힘든 삶을 사는 사람도 많다. 수명은 놀라울 정도로 연장되었지만 죽기 전에 병상에 누워 보내는 기간이 유난히 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주관적 행복지수에 관한한 한국은 매우 불행한 나라다.

그러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객관적 요인을 중심으로 보면 한국은 행복해야 하는 나라이다. 외국에 살아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이며 장점이 많은 나라인지 알게 된다. 미세먼지와 정치만 제외하면 한국은 제일 살기 좋은 나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불행하게 느낄까?

누구 탓일까? 어떤 집단의 탓일까? 사람 탓이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일까? 우리는 정치인을 욕하지만 정치는 국민의 거울이다. 그렇다면 국민 탓일까? 힘들수록 남탓 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탓 하기 쉽다.

과거에는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리더를 탓했다. 이제 우리는 리더만이 아니라 팔로우어의 탓이기도 하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리더와 팔로우어의 공동 책임으로 모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정세탓이기도 하고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도 일조한다. 

불교는 연기법에 의해 세계를 본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리더탓도, 국민탓도, 리더와 국민의 공동 책임만도 아니다. 수많은 인과 연에 의해 우리가 오늘날 겪고 있는 고통이 있다. 수많은 요인과 조건에는 리더, 국민, 국제정세, 남북한 대치 등이 있다.

이러한 요인과 조건은 또 다른 요인과 조건에 의해 만들어지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알 수 없는 법계(法界)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불교가 처한 현재 위기도 스님만의 책임도 아니고 신도만의 책임도 아니고 스님과 신도의 공동책임만도 아니다. 수 천년 간 이어져온 한국불교의 여러 전통,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변질되어온 한국불교 역사, 기독교 약진, 고령층 신도, 종단의 제도와 관행, 신도의 신행생활, 사찰의 운영방법 등 수많은 요인과 조건이 어우러져 한국 불교의 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위기는 매일 매일 또 변화한다.

불교의 부끄러운 모습이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우리는 자칫 ‘X이면 Y다’라는 단편적 사고에 빠져 해결책을 나름대로 제시한다. 허나 연기법으로 세상을 보면 한 두가지 처방으로 불교의 위기를 해쳐 나갈 수 없다. 이른바 불교위기를 해결할 ‘단방약’ 같은 것도 ‘만병통치약’도 없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좌절할 수는 없고, 온갖 백화점식 처방을 나열할 수도 없다. 우리는 불교의 위기를 초래한 수많은 요인과 조건을 먼저 파악하고 이렇게 파악한 요인과 조건마저도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바른 견해를 가져야 첫 걸음을 잘 내딛을 수 있다.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인가 파악하고 실행해야 한다. 하다보면 반드시 오류가 생긴다. 한국불교는 오류를 수정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명체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불교신문3534호/2019년11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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