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의 광명이 일월보다 수승하여 능히 저 악세에 큰 지혜를 베푸시네. 스스로 청정하게 조복하여 더러움이 없으시고 미묘한 논의(論議)로써 외도들을 꺾으셨네. 

- <비화경> 중에서
 


약사여래불을 모신 암자에 뜻 맞는 도반과 함께 산 지 두 달이 되었다. 새벽예불 후 방에 들어가 창을 열고 어슴푸레 밝아오는 먼 산을 보다가 못 참고 뛰쳐나와 언덕배기에 올랐다. 동이 트고 아침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어둠에 잠겼던 산중 암자는 별안간 황금빛 찬란한 도량이 되었다.

약사여래불 좌보처가 일광보살(日光菩薩)인데, 어째서 해를 의인화시켜 약사여래의 좌보처로 모시게 되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절망 같은 어둠을 밝히며 희망을 주기 때문이리라. 

해가 뜨면 실체가 가려진 지난밤의 두려움은 이제 더 이상 없다. 모든 두려움은 지혜 없음에서 오는 것. 그래서 지혜 없음을 무명(無明)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우리가 어둠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상대적 현상일 뿐, 무명과 무명이 다함까지도 없다.

동녘이 밝으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음 가난한 모든 이들에게 짊어질 수 있을 만큼 황금빛 아침햇발을 퍼주고 싶었다. 일광보살의 원력에 아침 안개가 제일 먼저 산길 따라 도달하였다.

[불교신문3534호/2019년11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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