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월드 캄보디아 아동센터에서 생활 중인 보육생들은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캄보디아는 11월에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8월에 방학을 맞습니다. 아무래도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는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다보니 학생들의 등교가 힘들어질 것을 염려한 일정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지부장님과 한국인 단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2개월 속성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현재 총 4명의 선생님이 한국어, 미술 수업을 진행 중입니다. 
 

부족한 강의 실력에도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시크릿 가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캄보이아 아이들의 모습.
부족한 강의 실력에도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시크릿 가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캄보디아 아이들의 모습.

저는 제 수업 교재로 드라마를 골랐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택했습니다. 어색했던 첫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수업마다 1~2편씩 보여주며 상황 속에서 사용되는 한국어를 익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 이름은 ‘눈치로 한국어 배우기’. 처음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아주 훌륭하게 수업을 따라오고 있습니다. 다만 프춤번 연휴가 길어 중간에 2주 정도 수업을 쉬게 되다 보니 마음이 급해졌고, 10월부터는 매일 2편씩 그리고 일주일에 3번, 수업의 빈도와 강도를 늘렸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지금까지 배운 내용들을 총정리하며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족한 강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정말 한국어를 잘 하는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사족으로, 제가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보니 “참 저는 나쁘고 불량했던 학생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차오릅니다. 수업이 별로였다 하더라도 용인되지 않는 그 불량했던 태도가 선생님에게는 얼마나 무례한 태도였을까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캄보디아에 온 지 7개월 동안 꾸준히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봉사자로 왔지만 제가 더 가르침을 얻는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렇게 하지 말 걸 등 후회되는 일도 사뭇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많은 일로써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들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임이 확실합니다. 앞으로 남은 4개월, 막판 스퍼트라 생각하고 열심히 달려야겠습니다. 

[불교신문3534호/2019년11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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