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의 하루는 오전 2시 시작한다. 죽비로 예불을 한 스님들은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14시간 정진한다. 50분 정진, 10분 포행을 반복하는데, 선원 내부를 한 바퀴 돌면 70m 정도다. 비닐을 씌웠다고 하나 선방 내부 온도는 바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포행 시간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너무 추운 날에는 제자리 뛰는 것으로 체온을 높일 계획이다.
하루아침에 말문을 닫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침묵 속에서 스님들은 간단한 필담으로 의사를 나눈다. 처음 한동안은 묵언이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 예정이라고 한다. 무의식 중에 입을 떼려다가도 묵언 팻말을 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길면 한 달 정도 목에 묵언 팻말을 걸고 생활하게 될 것이다.
선방에서 스님들은 하루 한 끼 공양을 한다. 배식구를 통해 오전11시 도시락을 받아서, 다음날 오전7시 다시 내놓는 방식이다. 스님들 한 끼 공양은 사미 혜민스님이 맡았다. 기본선원에 재학 중인 스님은 백담사 무문관 정진 대중들 공양을 책임진 바 있다.
공양물 중에는 사과나 배 같이 칼을 사용해 껍질을 벗겨야 하는 과일은 제외된다. 선방 지대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구나 원두커피도 제외됐다. 다구로 우려먹는 차 대신 티백이, 원두를 갈아 내려 마시는 것 대신 봉지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런 청규에는 풍요로움 속에서 검소하게 살아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동안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에 익숙해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으니 이번 기회에 문화 혜택을 최소화해서 생활하자고 스님들은 뜻을 모았다.
‘좋은 도반이 수행의 전부’라는 말이 있다. 나 홀로 수행이란 있을 수 없다. 이는 상월선원에서도 마찬가지다. 9명의 대중 스님들이 무사히 회향할 수 있도록 상월선원 밖에는 24시간 상주하며 생활하는 스님들도 있다. 외호대중인 것이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안에서 벨을 눌러 밖에 상주하는 스님들이 달려와 상황을 파악하도록 했다.
제적원을 제출하고 퇴방하면 더이상 스님으로 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만큼 스님들은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도 가지 않는다. 다만 통증이 심해 못 살겠다고 할 정도가 되면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의사를 만나서도 필담을 나누기로 했다. 진료는 선원 안에 마련된 칸막이 안에서 이뤄진다. 예외가 있다면 의사 진료 후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을 받은 경우다.
또 스님들이 여태 경험해보지 않는 수행환경으로 혼란을 겪어 대중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정진 대중 모두가 찬성한 경우뿐이다. 그마저도 치료가 끝나면 돌아와야 한다. 9명 중 한 명이라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지면 결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청규를 엄격하게 정했다.
놀랍게도 선원 내부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9명 스님들이 선원에 입방하는 순간부터, 다시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세 달 동안 씻지도 않고 변해가는 전 과정이 여실히 담길 것이다. 결사의 기록은 스님들 개개인에게 전달되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라도 제작된다면 일반인들도 볼 기회가 생길 것이다.
동안거 내내 정진해온 스님들은 해제 이틀 전인 2020년 2월6일(음력 1월13일) 죽비를 내려놓고, 말문을 틀 예정이다. 죽비를 내려놓기 일주일 전부터 7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용맹 정진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내려놓지 않고 힘차게 수행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2월7일(음력 1월14일)에는 3개월 동안 굳게 자물쇠를 채웠던 문도 열린다. 스님들 각자 사찰로 가서 이튿날인 2월8일(음력 1월15일) 해제법회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결제를 마무리한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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