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강의한 철학자의
불교 핵심에 대한 해설서
반야심경과 선어록으로
‘불교란 무엇인가’ 규명

공·반야심경 읽기

서정형 지음 / 공감과소통

불교 교리의 핵심은 공(空, sunyata)이다. 널리 애송되는 <반야심경>은 부처님이 공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경전이다. 신간 <공·반야심경 읽기>는 공 사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불교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다 보면 대장경의 방대한 양에 압도당하게 마련이다.

수천 년에 걸쳐 중첩되어온 불교 사상은 부처님의 실제 설법과 소승과 대승불교의 다채로운 경전들, 경전에 대한 주석서들, 조사들의 선(禪)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선어록 등이 한데 모여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수한 경론들은 결국 불교의 근본인 공으로 수렴된다. 경전의 고갱이를 하나로 꿰고 회통할 수 있다면, 누구나 진리의 숲에서 편안히 쉴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空, 반야심경 읽기>는 불교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매우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空사상뿐만 아니라 불교의 근본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반야심경>의 행간을 촘촘히 들여다보면서 최고의 진리인 ‘공’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여준다.

“반야경 계열의 경전 중에는 십만 송에 이르는 긴 것도 있다. 그만큼 경전의 종류와 수가 많다. 아무리 많아도 空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고 넓게 보면 대승불교 자체가 空사상의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야심경>은 반야경전들의 골수일 뿐만 아니라 불교철학 자체의 골수이기도 하다. [중략] <반야심경>의 한역본이 여럿 있는데 글자 수로는 모두 300자를 넘지 않는다. 문자로는 짧지만 뜻으로는 결코 짧지 않은 경전이다. <반야심경>에 담긴 空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경전의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다.(111쪽)”
 

‘공(空)’은 단순히 비운다는 뜻인가. '공·반야심경 읽기'에 그 답이 들어있다. 사진 픽사베이
‘공(空)’은 단순히 비운다는 뜻인가. '공·반야심경 읽기'에 그 답이 들어있다. 사진 픽사베이

저자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중국 화엄철학의 형성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에서 20여 년 간 불교와 철학개론을 강의하고 다수의 저서를 낸 불교학자다.

그는 서문에서 비단 불교에 익숙한 독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술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불교와 空사상에 쉽게 접근해서 서로 통섭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반야심경의 의미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 불교를 대중화하고 싶다는 원력을 나타낸 셈이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空이란 무엇인가?’는 공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통해 불교사상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공의 이해 → 공 개념의 역사 → 공의 세계 → 공을 보는 법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의 이론적 이해에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공을 사는 법’을 조언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가 정의하는 공은 “자성(自性)이 없다”는 것이다. 한문으로 표현하면 “무자성고공(無自性故空).” 이 다섯 글자만 알면 空을 알게 되고, 空을 알면 불교를 알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경전과 조사들의 어록, 그리고 동서양의 저술들을 종횡으로 인용하면서 ‘공’이 불교사상의 핵심인 연기(緣起), 무아(無我), 무상(無常), 중도(中道)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모두 ‘최고의 진리’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있다.

2부 ‘반야심경 해설’에서는, 예불이나 불교 의례에서 낭송되는 <반야심경>의 첫 소절인 ‘관자재보살’부터 마지막 소절인 ‘모지 사바하’에 이르는 전문을 하나하나 상세히 풀어놓았다. <반야심경>이 펼치는 공 사상의 변주를 통해서 불교 자체의 핵심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책의 의도다.

“‘나’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몸과 심리 현상 등이 실체가 없는 [空한] 흐름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대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 반야심경의 요지이다. 팔만대장경도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137쪽)”

난해한 불교개념과 논리를 우리 시대의 생활언어로 쉽게 전달하기 위해 단어 하나 토씨 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공을 중심으로 한 불교철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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