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화엄경] <84> 입법계품(入法界品)㊲
[행복으로 가는 화엄경] <84> 입법계품(入法界品)㊲
  • 원욱스님 공주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 교수
  • 승인 2019.11.11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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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불안한 중생에게 ‘최고 선지식’

聞ㆍ思ㆍ修 세 가지 지혜로 전법
부처님처럼 살고 싶다는 보리심
수행력 갖게 하는 현전지 선지식
신경정신 전문의·심리상담사 같아
원욱스님
원욱스님

십지(十地) 선지식 중 6번째 현전지(現前地)에 해당하는 수호일체성(守護一切城) 밤의 여신은 반야바라밀을 중심으로 나머지 9개 바라밀을 수행하는 분이다. 반야는 부처님의 지혜이므로 근본지(根本智)이다. 이 근본지로 보리의 체(體)를 삼아 지혜가 현전하게 되어 중생들의 무명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이 밤의 여신은 모든 성을 수호하며 더욱 위력을 늘려가게 해주는 분이다. 빛나는 지혜로 중생들의 심경을 잘 수호하여 무명이란 녀석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법왕이 등장할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능력을 마음껏 늘어나게 해주는 분이다.

수호일체성 밤의 여신은 선재가 찾아갔을 때, 최고의 보석 여의보주로 된 사자좌에 앉아 있었고, 수없이 많은 밤의 신들에게 에워싸여 세계 속의 다양한 중생들을 일깨우려고 그들의 숫자대로 변화하고 어디든 몸을 나타내어 끝까지 중생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셨다. 

“성자시여, 제가 이미 보리심은 내었지만 어떤 보살행을 하면 항상 중생을 보살피고 모두에게 이익을 주며,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법왕의 자리에 속히 갈 수 있는지 자애로운 마음으로 저를 위해 말씀해주소서!” 선재의 질문이 달라졌다. 그동안은 보살행을 실천하는 법에 대해 묻다가 수호일체성 밤의 여신을 만나고는 중생에게 이익이 되고(利他), 자신도 법왕의 자리에 오르는 길(自利)을 물음으로써 수행의 자리가 높아져 감을 보여주고 있다.

“선재여, 그대의 마음에 이미 모든 이들을 구제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것이다. 나는 생사의 밤중 어두운 무명 중생들 가운데서 홀로 깨어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의 성을 수호하고 삼계의 성을 버리게 하였으며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로 가득한 법의 성에 머물게 하였다. 사람들로 하여금 희롱거리 말을 여의고 두 가지 말을 하지 않으며 진실한 말과 청정한 말을 하도록 한다.

이렇게 보살의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해탈(甚深自在妙音解脫門)을 성취하여 큰 법사가 되었다. 나의 설법을 들으면 모두 ‘나도 부처님처럼 살고 싶다’는 보리심이 생겨 수행할 수 있는 힘이 저절로 일어난다.

중생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하다 보니, 선근이 차곡차곡 쌓였고, 온 세상에 마음을 고루 평등하게 사용하니 중생들이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쁜 업은 사라지고 선행을 매 순간 하도록 해주며, 모든 선지식을 항상 가까이 모셔 늘 부처님의 가르침에 머물게 했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이처럼 자신이 성취한 해탈의 업과 작용을 나타내는 열 가지 법계를 관찰하는 것에 관해 설하고, 열 가지 다라니 법륜을 성취함을 설하고, 온갖 법을 설함에 눈으로 보고 들어서 성취하는 지혜(聞慧), 생각하고 이해하여 성취하는 지혜(思慧), 문혜와 지혜로 생긴 안목을 선수행과 보현행을 실천해 성취하는 지혜(修慧)인 삼혜(三慧)로 부처님의 법을 전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그리고 과거세상에서 처음 부처님을 만난 이후 100명의 부처님을 뵙고 수행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가 무량한 시간 속에서 처음 만난 부처님은 ‘법회뢰음광명왕불’이셨다. 한 전륜왕은 부처님께 일체법 바다가 저절로 회전하는 경전(一切法海旋修多羅)을 받고 훗날 출가하여 이 법을 펴기 위해 설법을 하려 했지만 그 때에 모인 대중들은 서로 다투며, 세간의 언론만 말하기를 좋아하고 논쟁을 하느라 공덕행은 커녕 그 어떤 수행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부처님도 수행을 하건만 너희는 왜 진실한 법을 들으려 하지 않고 서로 함께 훼방하는 인생을 사느냐!’ 소리치며 허공으로 자신의 몸을 높이 올려 무지개 색을 한 큰 불꽃구름을 내고 다양한 광명구름을 내었다.

이 모습에 감동한 이들은 모두 뜨거운 번뇌가 사라지고 청정한 마음이 생겨났다. 함께 있던 전륜왕의 딸, 법륜화광비구니가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정진 중에 삼매를 얻으니 ‘모든 부처님 가르침의 등불’이며 자유자재한 음성해탈을 성취하여 중생을 원만히 다 교화하였다.

그 때 전륜왕으로 출가한 비구는 지금의 보현보살이고, 법륜화광비구니는 바로 나다. 나는 그때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여 10만 비구니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머물게 하였고, 부처님을 보는 삼매를 성취하도록 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문을 설하게 해주었다. 그들이 설법함으로써 반야바라밀다는 이루어진 것이다.”

수호일체성 밤의 여신은 늘 번뇌와 망상과 두려움과 공포로 마음이 불안한 중생의 입장에서 볼 때 최고의 선지식이다. 아마 신경정신과 의료진과 심리상담사가 현대의 수호일체성주야신의 모습인 것 같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애쓰는 이들과 더불어 수행하는 모든 스님들도 이 분의 역할을 눈여겨봐야 한다.

[불교신문3533호/2019년1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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