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으로 이루어진 큰 복밭이여
일체의 잘못들(過失)을 멀리 여의었네.
내가 심은 보시씨앗 아주 작은데
이러한 큰 과보 불러 왔구나. 

- <금색동자인연경> 중에서
 


가실가실 드디어 익을란갑다 하늘빛이 새파랗다가 금세 풀언덕이 느래진다 나무 그늘에 앉았으면 부는 바람 선선하고 빈 마당 돌면 등아리 따가운 건 오고 가는 가을의 속성

멀리 뵈는 산능선이 엎어지고 오름길 가에 홍시는 물러터지고 도토리는 지붕을 투닥투닥 때리는데 한나절 시름도 정겨워 나홀로 무력한 건 알알이 속이 익다가 속이 타다가 속을 들여다보고는 미소나 짓는 일

드디어 가을이 텅 빌란갑다 애달 것도 없이 미련 떨 것도 없이 슬픔마저 후두둑 떨어지나니 바람만 불어도 이 무슨 빈 가슴인고 고목 아래 앉아 낙엽 주름을 새누나 허공을 나는 노랑나비에 비틀도 거리누나 모든 것들이 가만히 가만히 말을 넘어 사그라드누나

[불교신문3532호/2019년11월6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