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불교미술을 품다’ 주제 강연
“전북불교미술은 전라도 특유의 예술적 감성 반영돼”

김정희 원광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불교중앙박물관의 ‘2019 특별전 전시 연계 교육-도솔천에서 빛을 밝히다, 모악산 금산사2번째 강연자로 나섰다김 교수는 1023전북, 불교미술을 품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전북은 비록 다른 지역에 비해 현존 유물이 숫적으로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북 불교미술에는 전라도 특유의 예술적 감성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면서 이러한 감성을 바탕으로 전북에서는 어느 지역 못지않은 우수한 불교미술이 탄생했으며 그와 같은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희 원광대 교수가 10월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전북, 불교미술을 품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전북지역의 주요 불교 문화재 현황과 의미, 특성 등에 대해 강의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384년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 전래

백제에는 고구려보다 12년 늦은 침류왕 원년(384) 9월 남중국인 동진으로부터 호승(胡僧) 마라난타가 불교를 전래했다. 다음해(385) 수도였던 한산에 사원을 세우고 10인의 승려를 출가하게 하고 392년 왕이 불법을 믿고 복을 구하라는 조서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백제불교는 중국과의 잦은 왕래를 통해 여러 경전을 받아들여 불교이해의 폭을 넓혀 갔다. 성왕대에는 일본에 불교를 전할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뤘다. 이에 백제가 도읍했던 한산과 공주, 부여지역에는 많은 사찰이 창건됐고 이에 따라 불교미술도 크게 발전했다.

전북지역에는 무왕(재위 600~641)대인 익산 미륵사가 창건될 즈음해 불교가 성행했으며 7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불교미술이 조성됐다. 익산과 정읍, 김제 등에는 미륵사지와 제석사지, 오금사지 등 백제시대로 추정되는 폐사지를 비롯해 7세기 이후의 불교유적과 유물이 산재해 있어서 도읍지였던 공주와 부여지역과 더불어 전북지역이 백제 불교문화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9세기~고려초 전북 불교미술전성기

전북지역에서 불교미술의 조성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9세기에서 고려 초기에 이르는 시기였다. 선종사찰의 건립으로 인한 새로운 종교세력의 구축 및 사원의 건립으로 철불과 승탑 등이 활발하게 조성됐으며 석불과 마애불 등 불교조각에서도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조성됐다.

고려시대에는 토속적이며 지역적 특성이 강한 미술품이 조성됐으며 통일신라시대를 이어 철불의 조성이 성행했다. 석조물에서는 고려 특유의 장식성이 돋보이는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방등계단을 비롯해 혜덕왕사진응탑비 등이 뛰어난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익산 왕궁리석탑 발견 사리장엄구와 내소사 고려범종 등 뛰어난 공예품도 많이 조성됐다.

조선시대는 억불숭유의 분위기로 인해 전국적으로 불교미술의 조성이 크게 위축된 시기였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대전란 이후 완주 화암사 극락전을 필두로 완주 송광사 대웅전, 고창 선운사 대웅보전, 김제 귀신사 대적광전, 김제 금산사 미륵전 등 중창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졌으며 사찰의 중건과 재건이 활발해지면서 불교미술의 제작이 성황을 이뤘다.

전북지역에는 현재 350여 점에 달하는 불화가 남아 있다. 전북지역 불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 숫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제작시기가 올라가는 작품도 드물다. 현재 남아 있는 작품 가운데 조성연대가 가장 이른 것은 1692년 조성한 금당사 괘불도이다.

내소사 괘불도 등 18세기에 조성된 9작품을 제외하고는 19세기 이후의 것들이어서 조선 후기 이전의 전북지역 불화의 실상에 대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익산 제석사지와 미륵사지 등 백제시대의 폐사지에서 발견된 벽화편을 비롯해 불화 관련 기록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구천오백불도 등 독특한 불화 등장

전북지역 불화에서 주목할 점은 7존도 형식의 괘불도, 다불(多佛)신앙에 근거한 오불회도(五佛會圖), 천불회도(千佛會圖), 구천오백불도(九千五百佛圖) 등 독특하고 다양한 형식의 불화가 눈에 띈다. 특히 완주 위봉사 태조암에 봉안된 구천오백불도는 아미타극락정토도, 천불도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조성된 예가 없는 구천오백불존도라는 독창적인 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존하는 9점의 탱화와 결실된 것으로 알려진 1점의 탱화에 표현된 존상을 모두 합해도 9500불이 되지 않으며 석가설법도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으로 불화가 걸려 있었을 것으로 본다면 최소 2폭이 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결실된 폭이 있기는 하지만 화기에 의해 구천오백불도라는 존명과 화승, 조성연대 등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으며 조선 후기 성행한 극락구품신앙에 의해 제작된 불화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조선 후기 전북지역의 불화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후불벽화의 전통이다. 불전 후불화를 주로 벽화로 장엄했지만 현재 불전의 후불벽화가 남아 있는 예는 많지 않다. 특히 조선 후기의 예로는 선운사 대웅보전 삼신삼세불벽화(1840)가 유일하다. 이 벽화는 조선 후기 군도형식과는 달리 간단한 배치를 보이는데, 특이한 점은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약사불화와 아미타불화를 좌우에 배치한 삼신불화(三身佛畵)와 삼세불도(三世佛圖)가 복합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불상의 시작 철불

전북지역에는 백제시대 불상을 비롯해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는 약 1900여 점의 불교조각이 산재해 있다. 실상사 철불좌상은 전북지역에서는 흔치 않은 통일신라시대 철불이자 지방의 선종사찰을 중심으로 9세기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철불의 이른 예로서 주목된다.

전북지역에 남아 있는 6점의 철불 가운데 3점이 남원지역에 몰려있는 까닭은 이곳이 철불 조성과 사상적으로 관계가 깊은 선종의 중심지였다는 사실과 함께 인근의 곡성부근에 철광산이 분포돼 있으며 고려시대에 함열과 전주 등에 철소(鐵所)가 설치됐던 사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북지역에서는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에 걸쳐 우수한 불상들이 다수 제작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남원에는 만복사지 석조여래입상을 포함해 모두 30여 구나 되는 고려 전기의 불상이 남아 있으며, 마애불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

그것은 불상과 마애불을 조성하기에 좋은 입지조건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남원이 통일신라시대 5소경의 하나로 편입되면서 중요한 지역으로 부각됐고, 9세기에는 실상사를 중심으로 한 실상산문의 활동으로 통일신라의 선종과 선종미술이 전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고려 전기에 이르러 해상무역 및 왕건과의 관계 속에서 삼한 공신으로 책봉된 나득황의 나씨 세력과 장화왕후의 오씨 세력이 바탕이 된 나주에 비해 남원은 군사 및 경제력의 열세와 지위가 하락했으나 현존하는 불교미술을 볼 때 고려 전기에는 전라도 일대에서 가장 왕성한 조성 활동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전북 불상 대부분은 전란 후 조성

전북지역에 남아있는 불상 1900여 점 가운데 대부분은 조선 후기에 조성된 불상이다. 이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전국적으로 사찰 창건과 중건 등이 활발하게 일어났고, 전북지역의 사찰들도 대부분 이 시기에 중건됐던 점과 관련이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거대한 소조불상과 더불어 목조불상의 조성이 눈에 띈다. 또한 전북지역의 조선후기 불상 중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군장이 돼 왜적을 무찌르는데 앞장섰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폐허가 된 사찰 재건에 앞장섰던 벽암 각성스님이 중심이 돼 조성한 불상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전북지역에서 활동한 화승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로는 무염스님을 들 수 있다. 무염스님은 도우, 해심, 성수, 신경, 정현, 현준스님을 비롯한 80여 명에 달하는 조각승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주로 전북을 중심으로 멀리 강원도와 전남 지역의 불상조성에도 참여했다. 무염스님과 그의 유파에 의해 조성된 불상들은 이후 전북지역의 불상 양식을 주도하면서 조선 후기 불교 조각계를 이끌어갔다.

전북은 비록 다른 지역에 비해 현존하는 유물이 숫적으로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북의 불교미술 속에는 전라도지역 특유의 예술적 감성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러한 감성을 바탕으로 전북지역에서는 어느 지역 못지않은 우수한 불교미술이 탄생했으며 그와 같은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
 

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는 불자들.

■ 김정희 교수는…

김정희 원광대 교수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미술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문위원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3년부터 원광대 역사문화학부(고고미술사학전공)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문화재청 고도중앙심의위원회 위원, 한국미술사교육학회장, 한국미술사학회장, 원광대 박물관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서울시 문화재위원, 서울역사편찬원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천·대전·경기·전북 문화재위원과 한국미술사연구소 이사, 불교미술사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왕실, 권력 그리고 불화> <영상 고고미술사> <문화재학> <불화, 찬란한 불교미술의 세계> <극락을 꿈꾸다> <신장상> 등이 있다.

정리=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3534호/2019년11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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