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사찰의 나이테 부도밭

호젓한 미황사 부도밭에서 뭍 생명들과 달마산 뭍으로 올라온 바다 생명들이 함께 어우려져 있어 이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인도에서 바다를 거쳐 불교가 한반도에 전해졌다는 ‘남방전래설’. 이 주장에 미황사 부도밭이 거론된다. 특히 부도에서 바다와 관련된 조각이 자주 눈에 띈다. 어찌 보면 땅 끝 해남 미황사가 바다와 관계 깊음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종무소 안내를 받아 부도밭에 올랐다. 대웅보전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동백나무 숲길을 오르면 조선후기 스님들의 부도와 비 30여기를 만날 수 있다. 부도들의 문양은 토끼, 게, 다람쥐를 비롯해 거북이, 물고기, 해초 등 해안가 지역민들의 삶이 베어나는 형상들이 주류를 이룬다. 질박하고 토속화된 미감을 반영하는 조선후기 불교 조각의 특징이 잘 녹아 있다.
 

단정하게 열린 공간에 자리한 미황사 부도밭 전경.

지난 2002년 조계종발굴조사단은 미황사 부도들을 조사했었다. 당시 조사단은 “토속적인 조각의 등장은 불교가 민간신앙으로 발전하면서 민중과 어울리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조형성의 획득으로 이해되며, 나아가 그것은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민중적 사실주의로 불교의 대중화를 이끄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미황사 부도에는 특히 바다 생명들의 조각이 자주 눈에 띈다.

한나절을 머무른 부도밭은 달마산에 사는 뭍 생명들이 달마산 뭍으로 올라온 바다 생명들을 만나 한바탕 야단법석을 펼치는 형국이다.

그동안 유독 개인적 인연이 닿지 않은 곳이 해남 미황사였다. 이번 기행을 준비하면서 미황사 부도밭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저 없이 선택했다.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다시 대웅보전으로 향했다. 부족했던 인연에 좀 더 머물다 가려는 요량이었다.
 

어둠이 내리기전 석양이 대웅보전을 먼저 찾아든다. 그 덕에 대웅보전은 금빛치장을 하고 저녁예불 시간을 맞는다.

마침 저녁예불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석양에 대웅보전은 금빛치장을 한다. 이날, 9월 중순 저녁 예불 직전 모습이 그러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뭇결이 저녁 석양을 받아 들일뿐인데, 황금빛 환희심을 불러일으킨다. 비우야 채워진다는 말없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그래서 다시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다. 평일 어둠이 내려앉는 시각이었지만 예불에 동참하는 이들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띈다. 미황사의 매력에 빠져드는 건 나뿐 만이 아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미황사가 다른 산사와 확연히 구별되는 것은 달마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대웅보전의 모습이다. 단청은 시간에 순응하며  뽀얀 속살을 드러냈는데 그렇게 단아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모습에 취해 부도밭에 오르지 못한 참배객들이 많으니, 이 연재를 보신 독자분들은 부도밭까지 오르시길…

[불교신문3532호/2019년11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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