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상월선원 봉불식 및 현판식 현장

11월4일 위례신도시 포교도량부지에 들어선 상월선원. 결사동참 대중 스님들을 비롯한 스님들이 역사적인 현팍식을 하며 역사적인 결사의 시작을 알렸다.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 알약 바로기제새바라야 모지 사다바야 마하 사다바야…”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 위례신도시의 한 대지에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11월4일, 아직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위례 상월선원에 석조여래 부처님이 모셔지고 선원 현판이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서리를 맞으며 달을 벗삼는다는 ‘기해년 동안거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봉불식과 현판식이 열린 날이다. 일찍부터 이 도량을 찾은 봉은사 스님들과 불자들은 거룩한 결사에 함께할 것을 발원하며 봉불의식에 함께했다. 석조여래 부처님의 고깔이 벗겨지자 박수와 합장예경이 이어졌다.

듣던 대로 상월선원의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기존 전통사찰 양식의 선방을 떠올려선 안 된다. 천막결사라는 이름처럼 최소한의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허허벌판에 들어섰다.

이번 결사를 발원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무연스님, 성곡스님, 심우스님, 호산스님, 진각스님, 재현스님, 도림스님, 인산스님 등 9명의 대중들은 이곳에서 동안거 기간 동안 외부와 아예 접촉을 끊고 하루 한 끼로 버티며 고행정진을 한다. 선원 바로 아래에는 전국의 불자들도 신심과 원력으로 수행 정진할 수 있도록, 사방이 열린 임시 법당이 세워졌다.
 

이날 현판식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등 집행부 스님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날 현판식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등 집행부 스님들도 대거 참석했다.
위례 상월선원 전경.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치사를 하고 있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경과보고.

오전10시. 봉불식에 이어 본 행사가 시작됐다.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의 취지 및 경과보고가 있었다.

덕문스님은 “2019년 2월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께서는 가장 낮은 곳에서도, 다 놓아버린 곳에서도, 세상이 바라보지 않는 곳에서도 틀림없이 공부가 있을 것이니, 승가본연의 모습으로 차별 없이 정진해 보자는 뜻을 만나는 대중마다 제안을 하게 됐다”며 “11월 화엄의 기운이 가득한 부처님을 정성스레 모시어 장엄한 봉불식을 거행하고 광명이 들어 치는 상월선원 문을 활짝 열게 됐다. 극한의 단계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그 속에서 자유롭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환한 세상을 고루 나누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천막결사 대중을 대표해 진각스님이 고불문을 낭독하며 목숨 건 정진으로 용맹정진할 것을 맹세했다. 이러한 결연한 의지는 이날 스님이 대중 앞에 약속한 청규에 오롯이 드러났다.
 

결사동참대중을 대표해 봉은사 진각스님이 고불문을 낭독했다.

“한 자루의 향을 사르고, 삼가 부처님 전에 고합니다. 첫째,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둘째, 공양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셋째, 옷은 한 벌만 허용한다. 넷째,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다섯째,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째 묵언한다. 일곱째,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 여기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저희의 맹세가 헛되지 않다면, 이곳이 한국의 붓다가야가 될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은 “수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불교중흥을 발원한 아홉 선지식의 결사 원만회향”을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이날 상월선원 봉불식 및 현판식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원로의원 원행스님, 자광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워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사장 정호스님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상월선원 봉불식 및 현판식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원로의원 원행스님, 자광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사장 정호스님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올 동안거 결제동안 상월선원에서 정진하는 스님들.  (앞줄 오른쪽부터)진각스님, 호산스님, 무연스님. (뒷줄 오른쪽부터) 인산스님, 성곡스님, 도림스님, 재현스님, 심우스님.
올 동안거 결제동안 상월선원에서 정진하는 스님들. (앞줄 오른쪽부터)진각스님, 호산스님, 무연스님. (뒷줄 오른쪽부터) 인산스님, 성곡스님, 도림스님, 재현스님, 심우스님.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사진 왼쪽)과 상월선원 선덕 정묵스님(사진 오른쪽)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정묵스님은 안타깝게도 최근 다리를 다쳐 결제에 동참하지 못한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사진 왼쪽)과 상월선원 선덕 정묵스님(사진 오른쪽)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정묵스님은 안타깝게도 최근 다리를 다쳐 결제에 동참하지 못한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치사를 통해 “오늘 모인 사부대중은 한국불교사에 기록될 상월선원 천막 결사 봉불식에 참여해, 한국불교 중흥을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하는 아홉 선지식의 작지만 큰 발걸음과 함께하고 있다”며 “수행자 본분사에 맞는 불퇴전의 용맹정진을 통해 한국불교 청정성을 회복하고 수행가풍을 진작시키기 위한 책임 있는 승가의 모습을 이 자리에서 현현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리며 설하신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청규를 만들어 오로지 수행에 전념하고자 하는 발원에 사부대중은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동안거 해제일을 맞이해 아홉 선지식께서 사부대중에게 깨달음과 미래의 한국불교 중흥을 논의하는 법석에서 다시 만나 뵐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축사에서 “상월선원 개원은 이와 사의 정신이 모여 강단 있는 결기를 모아내는 대단히 의미 있는 시도”라며 “출가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통해 불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신도들에게는 신심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종단적으로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정신을 실천하는 발전 동력으로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끝내 이번 정진에 함께하지 못하게 된 선덕 정묵스님도 “세계적으로 물질 만능 시대가 되다 보니, 정신적 지도자들이 나타해 졌다는 평가 받고 있는 이때, 상월선원 스님들이 하마터면 목숨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정진을 하시게 됐다는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라며 “가슴 깊은 곳에서 진심이 우러난 정진이므로 무탈하게 회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재가신도를 대표해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은 발원문을 낭독하며 “한국불교 새 역사를 이룩하는 결제대중이 수행에 매진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으로 하나 되어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무문관 체험을 신청한 제1호 재가신도이기도 하다.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스님이 선원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오전11시.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결사동참 대중 스님들은 상월선원 현판을 제막했다. 현판 글씨는 진제 조계종 종정예하가 직접 썼다. 제막과 동시에 2000여명의 사부대중의 사홍서원이 울려퍼졌다. 이제 겨울이 오는 11월11일, 스님들은 한겨울 야외천막에 의지해 90일 동안 안거하며 수행에 들어간다.

이날 봉불식 및 현판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원행스님, 자광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을 비롯한 종회의원 스님들, 불교신문사 사장 정호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제2교구본사 용주사 주지 성법스님, 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2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 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 중앙승가대 총장 원종스님, 전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 호법부장 성효스님 등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윤성이 동국대 총장, 박범훈 불교음악원장 등 2000여 명이 운집했다. 

하남=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33호/2019년1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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