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말하다 - 금강선원장 혜거스님

“영가스님의 ‘영가집’에 나오는
‘霜松潔操 水月虛襟’ 떠올라
이름처럼 맑고 깨끗하게 정진해
부처님 같은 큰 지혜 얻길 기대

‘나를 버린 공부’하는 수행자들
깎아내리기보다 성취 지원해야”

서울 금강선원 선원장 혜거스님이 상월선원서 정진할 대중 스님들에게 찬탄을 보냈다. 지난 1일 금강선원에서 혜거스님을 만났다. 김형주 기자
서울 금강선원 선원장 혜거스님이 상월선원서 정진할 대중 스님들에게 찬탄을 보냈다. 11월1일 금강선원에서 혜거스님을 만났다. 

동안거 결제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위례 상월선원 야외 천막 고행 결사’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봉불법회에 이어 11월11일 결제를 앞두고 서울 금강선원 선원장 혜거스님이 상월선원서 정진할 대중 스님들에게 찬탄을 보냈다. 11월1일 서울 금강선원에서 혜거스님을 만났다.

혜거스님은 ‘상월선원((霜月禪院)’의 ‘상월’이 가진 의미부터 설명해줬다. “상월이란 이름을 들으니 육조 혜능스님 제자인 영가스님의 <영가집>에 ‘상송결조(霜松潔操) 수월허금(水月虛襟)’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며 “영가스님을 극찬하는 말로 서릿발처럼 소나무처럼 맑고 깨끗한 수행, 물에 비친 달처럼 텅 비어 부처님과 같은 큰 지혜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칼바람을 마다않고 고행을 자처한 상월선원 역시 눈 내리고 찬바람 부는 추운 겨울에도 서릿발 같고 소나무 같은 지조로 수행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스님은 목숨을 내걸고라도 정진하겠다며 상월선원 결사에 동참한 대중 스님들의 발심을 높이 평가했다. “하룻밤 공부해도 억겁의 업장이 소멸된다고 하는데 스님들이 한 철 공부하는 뜻이 대단하다”며 “지금 시대 위례신도시에 상월선원이 열린 것은 새로운 불교수행의 표본을 마련하는 불사”라고 평가했다.

묵언수행을 택한 것에 대해서도 놀라워했다. “묵언은 혼자서도 어렵고, 대중이 함께 살아도 어렵기 때문”이다. “가슴 앞에 묵언이라고 목걸이를 걸고 다녀도, 어느 순간 목걸이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게 되고 무심결에 말을 하게 마련”이라며 “다른 것 다 내려놔도 묵언정진 하는 것 자체를 합장하고 박수치며 성취하라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상월선원 결사를 폄하하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서 “본래 공부라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 하든지 폄훼해서는 안된다”며 “공부하는 사람의 발심은 격려하고 합장하고 예경해야지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목숨을 거는 각오로 발심한 수행자의 원력을 깎아내리는 갈등과 분란을 조장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묵언을 하며 하루 한 끼 공양을 하고, 물을 아끼고 난방을 하지 않고 옷 한 벌로만 90일을 지낸다는 것은 그만큼 철저하게 본래자리로 돌아간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수승한 원력으로 결제에 들어가는 대중을 헐뜯는 것은 불자의 모습이라 하기 어렵다.

스님은 “상월선원 대중들의 정진일과를 하루만 쫓아서 해보라고 해도 쉽지 않다”며 “하루하기도 힘든 공부를 추운 겨울 내내 감내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지력이 뛰어나다 것”이라며 큰 원력을 일으킨 것을 축하했다.

또 상월선원 고행 결사를 계기로 치열한 수행의 풍토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님은 상월결사 소식을 듣자마자 옛 조사 스님들의 끝없는 정진을 떠올렸다고 한다. 중국 천태지의선사도 국청사를 나와 토굴서 15년간 두문불출 정진했고, 달마대사 또한 9년을 면벽 수행했다.

혜거스님은 “그 시기 조사스님이 무엇을 공부했는지 궁금해 하는데 ‘나를 버린 공부’를 한 것”이라며 “자기를 철저하게 버리지 않으면 15년, 9년간 앉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근래에 들어 정진의 맥이 끊어졌지만, 상월선원 결사가 토대가 돼 치열하게 정진하는 수행자들이 많아져 세상이 편안해질 수 있다고 스님은 확신했다.

결제를 앞둔 스님들에게 혜거스님은 “원력이 크면 몸에서 힘이 절로 나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상월선원 대중 모두 원만하게 동안거를 회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큰 공부를 이뤄내면 그 자체가 세상을 맑게 하는 초석이 된다. 공부를 잘 마쳐 세상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1일 금강선원에서 만난 선원장 혜거스님은 ‘상월’의 광명이 온 우주를 비추어 맑고 깨끗하게 만든다는 마음을 담아 ‘상월등휘(霜月騰輝)’를 직접 써줬다. 김형주 기자
11월1일 금강선원에서 만난 선원장 혜거스님은 ‘상월’의 광명이 온 우주를 비추어 맑고 깨끗하게 만든다는 마음을 담아 ‘상월등휘(霜月騰輝)’를 직접 써줬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32호/2019년11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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