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시인 2인의 시평집
운명과 인생을 바꿔놓는
시를 읽으며 전하는 위로

사랑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장석남 지음 / 마음의 숲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관련 문학상을 수차례 수상한 유명시인 2인의 시평을 묶은 책이 나왔다. 장석남 시인의 <사랑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와 문태준 시인의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한 사람은 사랑을 말하고 또 한 사람은 시 그 자체를 말하고 있다. ‘사랑을 말하는 시인은 한 편의 사랑 시가 당신의 운명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시 그 자체를 말하는 시인은 한 편의 시가 당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선택한 단어와 개념은 달라도 시가 가진 영험에 대한 확신은 동일하다.

장석남 시인은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받았다. 매혹적이면서도 친근한 언어로 시를 지어서 문단에서는 으레 신서정파라고 칭찬한다.

<사랑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에서는 그가 삶 속에서 캐낸 80여 편의 시를 독자들에게 살갑게 건넨다. 누구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물, 사건, 사람의 이면을 집어내 한 편의 시로 표현해 고단한 우리네 삶에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음은 박재삼 시인이 쓴 천년의 바람이란 제목의 시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보아라 보아라/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사람아 사람아/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탐을 내는 사람아.” 인간의 고결한 능력인 버티는 힘에 관한 격려가 뛰어나고 눈물겹다.

장 시인도 그러한 감동을 얻어 착어(着語)를 남겼다. “커다란 손이, 노동으로 굳은살도 박인 뭉툭한 손가락이 사랑하는 이에게 간지럼 태우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옵니다. 허나 이내 눈이 젖고 맙니다. 끝 모를 깊이에서 저려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손에만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지요. 상처 하나 없이 살아온 손의 사랑만을 아는 당신이라면 영영 모를 세계지요. 그 무뚝뚝하고 깊고 거룩함!(63)”

우리가 시와 마주하는 일은 두 영혼이 만나 정을 나누는 사랑의 행위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진정한 사랑은 욕정만이 아니라 고락도 나눈다. 책에 수록된 시들은 우리의 마음에 사랑의 온기를 전하고, 긴 하루의 끝에 굽은 어깨를 펴게 해준다.”

문태준 시인은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는 그가 가슴에 소중히 품어온 80여 편의 시들을 세심하고 다정한 해설과 함께 담아냈다.

시를 매개로 마음, 사랑, 희망, 혹은 시련과 고난에 대처하는 삶의 자세 등을 조언하고 있다. “때로 마음에 깊게 새긴 한 편의 시가 삶의 꺾인 무릎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는 믿음으로 글을 썼다.

다음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다.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 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이고 고유한 가치를 잘 드러낸 수작이라 널리 애송된다.

이에 대한 평을 보면, 문 시인은 시 그 자체를 말한다고 하지만 그도 결국은 시의 이상(理想)깊은 사랑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우리는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관계를 맺고, 교환하고, 협력하면서 살아간다. 기대어 살아간다. 몸이 의자에 편하게 기대듯이. 베개에 달콤한 잠이 기대듯이. 난초가 햇살이 쏟아지는 남쪽 창가에 기대듯이. 관계를 통해 말을 트고, 표정을 읽고, 감정과 의견을 나눈다. 단 둘의 관계에서 혹은 다수와의 관계에서 친밀감과 안정을 얻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보탬의 조건과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관계로부터 상처와 낙담과 이별을 받기도 한다. 정현종 시인의 표현처럼 관계를 맺고 사는 일은 부서지기 쉬운 마음이 서로 만나는 일이다. 언제라도 깨어져 여러 조각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흩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관계의 유지를 위해 좀 더 애쓰게 될 것이다(63).”

문 시인에게 시란 때로는 새잎으로, 때로는 시원한 한줄기 여름 소나기로, 때로는 백색의 눈 같이 고요하게, 때로는 위로로, 한 송이 꽃으로 거듭난다. 사랑의 형태와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르게 변모한다. “어디에서든, 언제든 시를 펼쳐놓으면 시는 신선한 향과 빛과 푸른 생기와 확 트인 시야로 대답하기에 매일매일 시를 읽고 쓰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수천 년 전부터 사람 사이에서 시가 쓰이고 읽힌 이유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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