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호스피스는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육체적 고통을 완화시키고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는 의료 시설이나 제도다. 종교시설에서 순례자에게 침식을 제공하던 데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임종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완화하는 시설로 변화했다.

현대의학의 발달은 죽음을 늦추는데까지 발달해 자가호흡을 하지 못하는 중환자에게 호흡기와 각종 기계장치로 생명을 연장한다. 그러나 이는 환자와 가족에게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겼다. 기계 장치를 통한 생명연장을 당연하게 여기던 문화에서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존엄한 죽음에 관한 각성이 일어나 호스피스의 확대로 나타났다. 

한국도 의학에 기댄 연명보다 사람다운 죽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호스피스와 완화의료가 급속도로 확장 추세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고민은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 이를 돕는 기관 단체 시설이 종교계를 중심으로 늘어났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10년 전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가 창립하면서 불교시설이 생기고 인력도 늘어났다.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는 불교계 내에 호스피스라는 이름마저 낯설던 2009년 10월11일 “인간의 생명 존엄성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구현하겠다”는 보살의 마음으로 출범했다.

개별적으로 호스피스 활동을 펼치던 스님과 자원봉사자가 서로 정보를 나누고 협력하기 위해 협회를 구성한 것이다. 협회는 2010년 보건복지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하면서 공신력을 갖추고 호스피스 양성 교육, 불교임종의식 연구, 학술세미나, 임상사례 연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가장 큰 성과는 불교 전문 호스피스 병원 설립이다. 2014년 불교계 최초 호스피스 전문병원 울산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이 건립된데 이어 올해 동국대학 일산병원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외 호스피스가 활동하는 불교 병원이 늘어났다.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전국에 7개 지부를 갖출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불교가 존엄한 죽음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점도 불교호스피스협회의 눈부신 활동 덕분이다. 한국불교는 삶보다 죽음 이후에 너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죽음 이후에 천착하는 불교 의식이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데 무관심한 결과를 낳았다.

병원과 호스피스 시설이 다른 종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이유다. 이 때문에 평생 불교신자로 살다 생의 마지막에 다른 종교에 기대는 불자들이 많았다. 불교호스피스 협회에 종사하는 스님과 불자들 덕분에 한국불교가 진정한 삶과 존엄한 죽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지난 10월25일 불교호스피스협회는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협회장 능행스님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펼친 노력에 사부대중과 함께 감사를 표한다. 불교호스피스협회가 존엄한 죽음의 가치를 확산하고 나아가 불교적 삶이 뿌리 내리는데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종단도 호스피스 병원 설립 및 인력 양성 등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531호/2019년11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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