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적 이상 실천 못하지만 불교 위해 회향”

지난 7월 세계불교학회 회장 당선
내년 서울대 세계불교학대회 개최
“불교는 우리 문화와 문명의 전통”
간다라 불상 영어 서적 출간 계획

이주형 서울대 교수

“시간이 흐르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무엇인가 계속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제게 남아있는 시간 가운데 일을 잘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최선을 다해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26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주형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정년퇴임이 6년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는 긴장감 속에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주형 교수는 지난 7월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학술단체인 IABS(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Studies)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4년이다. 영어로 직역하면 ‘국제불교학회’이지만, 한글로 ‘세계불교학회’로 표기한다.

그동안 일본학자가 두 차례 회장을 지냈으니 아시아에서는 3번째이고, 한국학자로는 처음이다. 나가오 가진, A.L 바샴, 다카사키 지키도, 오스카 폰 히뉴버, 크리스티나 셰러-숍, 리차드 살로몬 등 세계적인 학자가 세계불교학회장을 지냈다.

이주형 교수는 “원만하게 학회를 운영할 것”이라면서 “지역, 전공들 간에 균형 있게 시스템이 지속되도록 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세계불교학회는 1976년 발의 되어 1978년 미국의 컬럼비아대학에서 처음으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 학자들이고 소수의 일본과 인도 학자들이 참여했다. 지난 2000년 이후 ‘학계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규모가 확장돼 회원이 800여 명에 이른다.

내년 세계불교학대회는 서울대에서 열린다. 한국에서는 처음 유치했다. 유럽, 미주, 아시아를 돌아가면서 개최하는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다. “조은수 교수를 중심으로 헌신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외국 학자들이 한국불교나 불교학계를 더 높이 평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학문적으로 한국 불교학이 더욱 진흥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50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할 예정인 세계불교학대회는 기본 행사 외에 해인사 등 전통사찰을 찾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불교를 지구촌 학자들에게 알리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형 교수는 “서구사회에서 불교학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동안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돼 왔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불교학 분야에서 박사를 배출하는 대학이 10여 곳으로 늘었다. 아시아 학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불교와 불교학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주형 교수는 “불교 이치에서 보면 모든 일은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면서 “그렇기에 미래를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어 “희망적인 말씀만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현대 불교학은 지난 60년간 수준이 매우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평했다. “불교는 우리 문화와 문명의 전통입니다. 사상적으로 이렇게 완벽한 체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혹시키는 불교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도 인식과 존경심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합니다.”

이주형 교수는 강의와 학회 활동 외에도 리앤원 재단이 세계적 석학(碩學)을 초청해 개최하는 강연회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불교와 불교미술 연구의 새로운 지평’라는 주제로 처음 강연회를 연 리앤원 재단은 매년 해외 저명 학자를 초청해 불교나 불교미술 강연회를 통해 학자와 일반인에게 학문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주형 교수는 “그동안 인도 고대 불교미술과 간다라 미술 연구에 집중해 왔다”면서 “긴 호흡으로 책을 쓰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간다라의 불상에 관한 책을 10년 전부터 영어로 준비하고 있는데, 빨리 마무리하려 한다”면서 “한글로도 동시에 낼 계획이고, 퇴임 전에 영어책 두 권을 더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교미술과 불상의 본질적 문제를 탐구한 책도 낼 계획도 갖고 있다.

불교 인연을 이야기 할 때 그의 선친(고 이기영 박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주형 교수는 스무 살 무렵 부모님과 함께 만난 통도사 경봉스님의 당부가 지금도 생생하다. 경봉 스님의 “세상에서 연극을 한번 잘 해보라”는 말씀을 잊을 수 없다. 불국사 회주 성타스님도 인연이 깊다. “성타스님은 매우 맑고 순수한 분이셔서 존경합니다. 선친이 돌아가셨을 때 직접 오셔서 장례를 보살펴 주셨을 정도로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주형 교수는 “선친은 매우 종교적이셨고 불교의 이상에 대해 투철한 신념을 갖고 계셨기에 불교 해석도 이상주의적이었다”면서 “그에 비해 제 공부는 불교의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면에 더 주목해 온 것 같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전보다 불교의 종교적 이상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학문하는 방법은 선친과 다르고 불자로서 대승불교의 이상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불교를 위해 회향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이주형 교수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크릴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인도미술, 불교미술)을 전공했다. 1992년부터 서울대 인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 학장, UC 버클리대 누마타 불교학 초빙교수,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 연구원, 한국미술사학회장, 중앙아시아학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냈다. 현재 세계불교학회장과 , 서울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간다라미술> <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 <인도의 불교미술 –뉴델리국립박물관 소장품전> <동아시아 구법승과 인도의 불교유적> 등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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