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상구보리 하화중생’ 현장⑭
올해 가장 많은 신입 맞이한 동국대 불교학생회


1961년 창립 오랜 역사자랑
현재 150여명 회원으로 등록
월요 정기법회 꾸준히 지속

부처님 모신 법당뿐만 아니라
편히 방문해 쉴 수 있도록
다양한 부대시설 완비 ‘눈길’

지난 1961년 창립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국대 서울캠퍼스 불교동아리 동불을 지난 10월28일 방문했다.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학생들 모습에서 미래 불교의 희망을 발견했다.

 

올 초 새학기 개강과 동시에 한 불교동아리에 200명에 가까운 새내기들이 대거 가입해 주위를 놀라게 한 일이 있다. 전국의 불교동아리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신입 법우를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 서울캠퍼스 ‘동불’ 이야기다.

여느 일반 동아리와 비교했을 때도 가입 숫자가 월등히 높았다. 종립대학이라는 이점이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불교를 사랑하는 동아리 회장을 비롯한 임원과 법우들 노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8개월여가 흐른 현재, 활동을 원치 않는 학생들이 조금씩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15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지난 1961년 창립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불을 10월28일 방문했다.

늦은 오후5시, 학생들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동아리방문을 두드렸다. 윤여진 회장(미술학과 4학년)이 기자를 반갑게 맞는다. 이날은 월요 정기법회가 있는 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몇몇 학생들이 법회를 앞두고 청소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눈을 돌리자, 여법하게 모셔진 부처님이 한 눈에 들어왔다. 좌측 미니 칠판에는 반드시 지켜야할 몇 가지 사항을 적어둔 공지사항이 있었다.

취침과 식사는 다도실에서, 동아리방 내 흡연·음주 금지, 차담이나 커피 후 정리 철저, 양말 착용 등 총 4가지다. 부처님이 계신 법당이므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자는 뜻에서 만든 공동의 규칙이다. 대학 동방이면서, 부처님을 모셨으니 법당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동불의 자랑, 이것뿐만이 아니다. 법우들을 위해 다양한 시설을 제대로 갖췄다. 냉장고와 밥솥, 전자레인지부터 커피 머신, 프린터기, 공기청정기까지 안락한 휴식과 때로는 폭풍수다를 나눌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조성했다. 시험기간 이나 학과 수업을 앞두고 준비가 필요한 회원들을 위해 스탠드가 있는 책상도 놓았다.
 

동국대 불교학생회 동아리방 풍경.

본격적인 법회에 앞서 만난 학생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했다. 불교학과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에 입학해 처음 부처님 가르침을 접한 학생들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윤여진 회장 또한 대학에 와서 불교를 접했다. 1학년 때 “따뜻한 방에서 차를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친한 오빠의 설득에 넘어가 발을 들이게 됐다.

시작은 꼬드김(?)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동불을 이끄는 자리까지 올랐으니 결과가 놀랍다. 바쁘게 생활하는 법우들을 위해 집행부 스스로가 먼저 나서 궂은일을 도맡고 있어, 어찌 보면 사람이 모이는 것도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물론 행복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은 시험을 막 끝낸 직후였는데, 연등 만들기를 위해 만발의 준비를 해놓고 회원들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혼자 아픔을 삭혀야 했던 순간도 있다. 그렇다고 낙담하고 있을 윤 회장이 아니다. 실제 학교생활에서 불교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다는 윤 회장은 “졸업 전시회를 마치면 단청 교육을 받아 불교문화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도록 도움 되는 일을 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곧 있을 단합 MT 생각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를 띄우는 윤 회장이다.
 

기도하고 있는 윤여진 회장.

이러한 특유의 리더십 덕분에 새내기들도 행복하다.

윤소연(경영학과 1학년)씨는 “학교에 적응을 잘 못했는데, (회장 언니가) 데리고 다니면서 잘 챙겨주고 있다”며 “토론 발표 수업을 앞두고 법회에서 만난 지도 법사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용기를 얻어, 다음날 떨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적이 있다. 불교가 신심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미소 지었다.

태어날 때부터 불자였다는 정서영(불교학부 1학년)씨도 “동아리 선배들이 정말 친절한데, 불교를 모른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잘 가르쳐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며 “불교관련 장학제도나 학교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잘 알려준다”고 말했다.

바로 다음날이 시험이지만 이날 법당문을 두드린 허윤성(산업시스템공학과 2학년)씨는 “스님과의 법회가 있어 생각을 가다듬고 싶어 동아리를 찾았다”며 “과학이나 수학은 정답이 명확하지만 세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불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예전보다 확실히 마음 쓰는 확실히 커졌다”고 말했다.

동아리 직전 회장이자 이제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졸업생 정상훈 씨는 ‘불교 스터디’를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꼽았다.

의젓한 ‘절오빠’의 면모를 자랑한 정 씨는 불교 교리를 법우들에게 알려주는 것 자체가 “가치 있고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친절한 가르침 덕에 올해 나란다축제 일반부 범종을 울려라에서 불교학과 1학년 학생이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함께 공부하는 법우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유튜브를 활용했다. 최근에는 이중표 전남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시청하며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가 동일한 목적을 지닌다는 가르침을 공부했다고 한다.

오후6시 정각, 지도법사 일광스님까지 모두 10명이 모였다. 지도법사 스님도 동국대 불교학과 4학년 학생이었다. 법회 시간이 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사분란하게 방석부터 깔았다.

또르르 시냇물 흐르듯 목탁소리가 울려 퍼지며 기도가 시작됐다. 중간고사가 이제 막 끝난 탓에 법당에 모인 숫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이를 불식하기라도 하듯 큰 소리로 예불문과 반야심경을 합송했다.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서로에게 ‘성불하십시오’라고 인사하고 마무리로 삼배를 올렸다.

이어진 지도법사 스님과의 이야기 시간. 시험은 잘 봤는지, 그동안 어떻게 활동하며 지냈는지, 고민은 없는지 등등 서로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지도 법사 스님은 “최근 들어 매주 법회가 열려 친동생 같은 학생들과 불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차근히 불교를 알려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불확실한 미래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만난 청년 불자들은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신심과 밝은 에너지로 충만한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의 희망찬 미래를 응원하며 동아리방을 나섰다.

[불교신문3531호/2019년11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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