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염불, 계율, 보살행으로 살아가겠습니다”

2019 수행바라미 정진연수
강화 보문사 전등사 순례
광명 금강정사 수계법회로
여법하게 마무리…내년 기약

10월26일 강화 보문사에서 진행한 중앙신도회 수행바라미 철야정진.

지난 10월26일,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강화도 보문사에 불자들의 간절한 염불소리가 밤늦도록 이어졌다. 부처님 법을 실현하는 5대 수행법 보급으로 신행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조계종 포교원과 중앙신도회의 수행바라미 정진연수 현장에서다.

경제인불자연합회를 비롯한 신도단체와 교구신도회 임원 등 40여 명이 함께한 이날 연수는 보살행을 주제로 한 올해의 마지막 법회였다. 지난 5월부터 매달 진행한 집중 정진은 이날 마지막 철야정진으로 다시 한 번 신심을 불태우며, 수행의 힘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어느새 별이 가득한 오후9시, 수행 대중들이 나한전으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철야정진의 본격적인 시작은 108배 수행. 정성스럽게 천천히 절을 올리며 자신을 깨우고, 본래 참마음을 되찾는 시간으로 30분을 가득 채웠다. 큰 일교차로 밖은 쌀쌀했지만, 도량은 기도열기로 서서히 끓어올랐다.
 

철야정진.

대중들은 이날 보문사 철야정진 방식에 따라,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경전인 천수경 독경과 신묘장구대다라니, 나한전에서 이뤄지는 기도인 제대성중(諸大聖衆)을 큰 소리로 외치며 정진을 이어갔다. 다음날 새벽3시까지 장장 6시간을 수행으로 자신을 담금질했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 위해, 평소보다 소리 높여, 때로는 악을 써가며 명호를 외쳤다.

그야말로 독한 수행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무리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전 대중이 합심해 기도하는 모습은 출가수행자 못지않은 경건함과 거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신실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에, 주지 선조스님을 비롯한 기도 스님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애석불좌상에서 진행한 108 마음잇기.

연수때마다 꼭 거쳐야하는 철야정진이 고되긴 하지만, 시간대별로 알차게 구성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니 수행바라미에 대한 반응은 항상 뜨겁다. 불교 수행 베테랑에겐 배움의 깊이가 더해지고, 초심자들에게는 기초부터 차근히 다져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철야정진이 무르익어갈 즈음인 오전12시30분, 모든 연수에 단 한 번 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참가자들의 소감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인불자연합회 이사이자 포교사단 서울지역단에서 포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도경 씨는 “도반 없이 철야로 기도하기가 여간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전국에서 움직이는 법우들과 함께하니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어낸다”며 “평소 친견하기 어려운 스님들에게 법문을 들어 더욱 의미가 있는데, 사람만 설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도 설법한다는 백담사 무금선원 영진스님 법문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늦깎이 초심자로 불교에 입문한 조계종산악회원 박미란 씨도 “처음에는 절하는 것밖에 몰랐는데 염불하는 것도 재미있고, 보리암에서 새벽기도를 하는데 비구니 스님 기도와 제 호흡이 딱 맞아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뜻풀이를 해 가며 반야심경도 외우고 108배를 생활화하면서 참된 불자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27일 보문사 극락보전에서 진행한 새벽예불.
포교원장 스님과 함께한 수행바라미 개근상 불자들.

다음날 만난 개근상 불자들도 집중 수행의 자리를 만들어준 포교원과 중앙신도회에 고마움을 표했다.

신경희 중신회 여성청소년부위원장은 “매번 다른 수행도량에서 법문을 설해주시는 스님을 위해 ‘스승의 은혜’를 합창하는데,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불자라서 자랑스럽다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불자들 모임인 중앙신도회의 수행바라미가 꾸준히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화성 제3교구신도회 부회장도 “봉정암에서 금강경으로 철야기도를 하고, 통도사에서 일보일배를 하며 무릎이 다 까졌는데, 이런 경험은 평생 못 잊을 것”이라며 “기도 공덕으로 저를 비롯해 저와 인연 있는 모든 분들이 마음이 편안해 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10월27일 이른 오전, 수행바라미는 강화 전등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지 승석스님은 이날 “불교는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종교”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을 이룰 때까지 큰 원력으로 자신을 제대로 관찰하라”며 부단한 정진을 당부했다.

2019 수행바라미 정진연수 회향은 같은 날 오후 광명 금강정사에서 수계법회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목탁 소리에 맞춰 부처님 전에 정성껏 절을 올리며, 지금까지 살아오며 저질러 온 허물을 참회했다.
 

이날 전계사로 나선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은 불자로서 지켜야할 다섯 가지 계율, 오계의 의미를 설명하며 적극적인 자비와 보살행을 당부했다.

“자기 삶은 자신의 생각대로 규칙대로 살아가야 하는데, 이쪽저쪽 옆으로 이끌리다보면 술에 취한 것과 마찬가지인 인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오계법을 스스로 삶의 신조로 삼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일심을 청정히 해 우리 사회에 이바지 하면, 나 자신 뿐 아니라 공동체에 이바지 하며 살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허물을 멀리하는 행을 실행해 나가면, 천년동안 어두웠던 강에 불을 밝히는 것과 같습니다.”

연비의식과 삼보에 귀의하는 의식에 이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키겠다는 다섯 가지 약속을 우렁찬 목소리로 맹세했다. 이제 각자의 터전으로 흩어져야 하는 석별의 시간,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조계종 포교원은 신행혁신 운동을 통해 새로운 불교 신자의 상을 정립하기 위해 5대 수행법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중앙신도회도 이에 발맞춰 신도조직 실무자 연수 사업 일환으로 매번 다른 주제로 전국 수행도량 5곳을 찾아 실무자 신심 강화 프로그램인 수행바라미 정진연수를 진행했다.

5대 수행법은 악행을 하지 않게 막아주고 선행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계율, 소리 내지 않고 경전을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는 간경, 부처님 명호를 입으로 부르며 그 공덕을 생각하는 염불, 화두를 참구하며 본래 성품을 바로 보는 참선,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 바라밀을 실천해 자기와 남을 이롭게 하는 행동인 보살행을 뜻한다. 

인천 강화 · 광명=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