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스님
주석스님

출가란 단지 살던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이 아니라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출가승으로서 지금껏 많은 이들에게 욕망과 집착을 벗어던지라 말은 많이 했지만 내 자신이 그렇게 살았는지 다시금 되돌아봅니다.

오늘은 모처럼 승가를 걱정하시고 종단을 걱정하시고 한국불교를 걱정하시고 너와 나를 걱정하시는 눈 밝으신 스님을 만나서 참 좋았습니다. 물론 그런 걱정은 불교를 사랑하는 애종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도 걱정하지 않고 그냥 주어진대로 살아간다면 일말의 발전도 있을 수 없겠지요. 저는 나비의 효과를 믿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그 스님께서 가지신 열정과 자비의 마음은 한국불교에 큰 힘을 더하게 될 것입니다.

출가승이 줄어들고 사찰을 찾는 불자들이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불교가 어떤 모습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야 할지 스님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손을 맞잡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제가 행자 때부터 세운 서원이 있습니다. 부처님 일 한가지는 꼭 완수하고 이 세상 떠날 수 있기를 바랐던 마음이었습니다. 오늘도 그런 걸음을 걸어가면서 미약한 정진의 마음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분상에서 여력만큼 정진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아무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한사람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수행자의 모습으로 나툴 수 있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출가수행자의 책임과 몫이겠지요. 하늘이 유난히 맑은 가을날 이 편지를 스님께 전할 수 있는 제 마음도 오늘은 맑은 가을날인 것 같습니다. 

[불교신문3529호/2019년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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