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위기, 신앙의 위기라는데 왜? 

新 행주좌와 어묵동정
수행포교의 토대 구축
대중과 함께 정진 의지

김응철
김응철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하여 종단을 대표하는 수좌 스님들과 주요 사찰 소임자 스님 등 아홉 분이 참여하는 동안거 천막결사의 봉행은 불교계의 안거 전통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처님 재세시의 인도에서 안거의 본래 의미는 우기에 대중들이 모여서 집중수행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선정력과 지혜력을 갖추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전통이 사철의 구분이 뚜렷한 동아시아로 전해지면서 하안거와 동안거의 전통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불교계는 평균 약 2000여명의 스님들이 전국의 100여개 선원에서 하안거 및 동안거 결재에 동참하여 두문불출 용맹정진에 임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재가불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 중에서도 종정 예하의 결제 및 해제 법문에 귀를 기울여 가르침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안거 성만 횟수가 세속에서는 스님들의 수행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남방의 위빠사나 수행법이 전래되면서 간화선 수행 전통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수행력을 갖춘 스님들이 종단의 수행전통을 계승한 동안거 묵언, 가행정진에 나선 것은 우리 불교계 내부뿐만 아니라 대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상월선원 동안거 결제는 형식뿐만 아니라 동참대중의 원력의 측면에서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상월선원 동안거는 산중의 한적한 안거처를 떠나서 도심포교사찰에서 봉행한다는 점에서 장소의 파격성이 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이 모두 수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소나 방식이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 수행처가 산중이나 대중의 발길이 없는 한처에 위치하는 이유는 집중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왕래가 많은 위례 신도시의 상월선원을 안거처로 정한 것은 도심에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법한 수행처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둘째, 상월선원 동안거는 천막법당에서 봉행함으로써 겨울의 강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전국의 선원은 대부분 사격을 갖춘 사찰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수행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겨우 비바람만을 피할 수 있는 천막법당의 수행은 북풍한설의 칼바람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풍찬노숙으로 중생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려는 눈푸른 납자들의 수행결기가 상월선원의 원만한 회향으로 성취되기를 바란다.

셋째, 상월선원의 동안거는 재가불자들도 함께 외호대중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이는 전통 간화선 수행자의 용맹정진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간화선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재가불자들이 동안거 결제에 임함으로써 재가불자의 수행풍토 조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외국에서 유입된 여러 가지 명상 프로그램들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도심에서 수행자들이 수행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불자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사회적으로는 수행포교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뢰의 위기, 신앙의 위기라는 종교성의 변화에 직면한 한국불교는 새로운 포교패러다임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동서양을 막론하고 명상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때에 한국불교는 수행법을 활용한 포교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월선원의 동안거 결제는 간화선을 활용한 수행포교 전통을 발전시키고, 명상 프로그램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아홉 분의 납자들이 보여주는 수행가풍이 한국불교 간화선의 발전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명상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불교신문3528호/2019년10월23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