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上林)의 바람처럼 따스한 온기…천진불 합창

창립 5주년 상림어린이합창단 기념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함께 부르는 맨 마지막 무대였다관. 객들의 앵콜 쇄도에 약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보리울의 여름’으로 앵콜곡을 소화했다.

경남 함양에는 신라 진성여왕 당시 고운 최치원이 태수로 있으면서 홍수를 막기 위해 뚝방을 쌓고 그 위에 조성한 상림(上林)숲이 있다. 상림숲에 심어진 나무들이 이제 거목이 되어 함양의 명소가 되었다.

상림숲에 있는 큰 나무처럼 성장할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합창으로 싱그러움을 선사한 음악회를 열었다. ‘창립5주년 상림어린이합창단 기념음악회-상림의 바람으로 함양에 온기를’이 10월12일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 졌다.
 

부산에서 온 대원선재합창단 어린이들이 이날 친구들의 공연을 열렬히 응원했다.

지리산 서암정사(주지 금산스님)에서 운영하는 상림어린이합창단은 5주년이 됐지만 이날이 첫 단독공연. 합창단원인 박희은, 강우진 어린이가 직접 사회를 맡아 또박또박 “상림의 바람으로 함양에 온기를 어떻게 전하는지 따뜻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며 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일곱살 유치원생부터 6학년 어린이까지 25명의 상림어린이합창단의 첫무대를 시작됐다. 주로 회색조끼와 개량한복을 입고 노래를 불렀지만 이날은 첫 단독공연인 만큼 화려한 단복을 준비했다. 둥글고 크게 입을 모으며 작은 율동까지 더해가며 열창을 한 어린이들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200여명의 관객들은 큰 환호로 화답했다.

합창 뿐 아니라 룸비니싱어즈, 함양 다볕금광앙상블 등의 협연과 졸업해 중학교에 진학한 선배들의 무대, 그리고 합창단원인 백기란, 정은진 어린이의 단독무대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특히 강윤주의 어린이의 벨리댄스는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강윤주 단원이 열정적인 벨리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서암정사 전 주지 법등스님(호주 시드니 정법사 주지)이 무대에 올랐다. 법등스님은 5년 전 직접 어린이 합창단을 창립했고 이번 공연을 위해 시드니에서 한국까지 날아올 정도로 열정적이다.

“우진이가 직접 사회를 보다니…, 5년 전에 처음 합창단이 창립했을 때 단복도 빌려입고….” 지난 기억이 떠올라 먹먹해졌는지 법등스님이 잠시 숨을 고른다.

“여기는 도시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 달라. 이번 5주년 공연은 외부의 도움 없이 어린이들과 자모회분들이 준비했다. 아이들이 지리산 같은 순수성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응원 바란다”며 인사했다.
 

천진불어린이연합합창단 총재 지현스님, 회장 성원스님을 비롯해 많은 스님들이 아이들의 공연을 즐겼다.

함양군은 인구 4만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마을에 사찰어린이합창단이 있고 그것도 큰 도시의 잘나가는 어린이합창단에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 없는 실력을 갖췄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어린이 합창단이 창립되고 성장할 수 있는 데는 서암정사와 자모회 분들의 헌신이 있었다.

“이번 무대는 매주 수요일 저녁 단원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하는 무대입니다”라며 사회를 맡은 단원들이 어머니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무대를 알렸다.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흥겹게 노래는 부르는 모습에서 따스한 온기가 전해진다. 노래가 끝나자 엄청난 환호와 함께 앵콜 요청이 쇄도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보리울의 여름’을 앵콜곡으로 소화했다.
 

5년 동안 매주 아이들의 연습을 도운 김보경 지휘자(사진 가운데)와 박사라 반주자에게 서암정사 주지 금산스님이 감사패를 전달했다.

첫 공연 준비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양해숙 자모회장은 “다른 합창단 정기공연을 보면서 우리도 3주년 아님 5주년이라는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다”며 “저보다 앞서 더 많은 노고로 합창단을 이끌어 온 분들이 계시기에 엄살을 부릴 수 없다”고 힘든 기색을 감췄다.

서암정사에서 40년 동안 신행활동을 한 이학구 어르신은 “너무 좋네요”라며“아이들이 사찰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봐도 좋았는데 공연장에서제대로 실력을 뽐내는 모습을 보니 정말 흐뭇하다”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노래를 하고 있는 상림어린이합창단원들.

중학교 3학년이 된 합창단 선배 홍승지 학생은 “후배들의 공연을 보니 뿌듯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한편 고마운 생각이들었다”고 공연에 대해 이야기한후 “협동심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창단 생활의 장점을 이야기 했다.

창립 때부터 5년 동안 합창단 활동을 한 6학년 강우진 어린이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공연이었다. “사회를 잘 못 본거 같아 아쉽지만 예쁜 새 단복을 입고 노래를 불러 너무 좋았다” 며 “주말에도 모여 연습을 하는 게 힘들었지만 전국 여러 곳을 다니면서 천진불합창단 소속 친구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게 제일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전 서암정사 주지 법등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서암정사 신도들과 함양 지역민들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천진불어린이연합합창단 소속 스님들과 백장암스님들도 어린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천진불어린이연합합창단 총재 지현스님은 “해처럼 밝고 꽃처럼 곱고 보석처럼 빛나는 상림합창단 발표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리천의 행복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돌아오는 길 파란 하늘을 보니 앵콜곡으로 어린이들이자모회원들과 함께 부른 ‘보리울의 여름’의 멜로디가 떠올라 절로 흥얼거린다. “푸르른 하늘 위 밝은 햇살 아래~우리들 함께 가요 서로 손잡고~ 시원한 바람이 온 세상 불어오면~ 우리들 함께 가요….”
 

아이들이 직접 그린 엽서를 초청장으로 보냈고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그 초청장에 소감을 남겼다.

함양=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28호/2019년10월23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