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

이일야 지음 / 담앤북스

“내 입장이 상대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쉽게 대화를 포기한다. 싸움만 일어나고 사이가 더 나빠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가족을 비롯해서 친한 사이일수록 정치적인 대화를 안 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화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입장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쉽게 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잘 들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동화 속 임금님처럼 마음의 귀를 크게 열어놓고서 말이다(28쪽).”

같은 영화라도 어려서 보는 영화와 나이 들어 보는 영화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동화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지만 좋은 동화는 어른이 되어 읽어도 훌륭하다. 삶의 경험이 보태져 성찰이 커지면 동화 속의 교훈이 새삼 달리 보이게 마련이다.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동화에 빠져든 철학자가 전하는 30가지 인생 성찰>은 동화의 이야기와 숨겨진 뜻을 찾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들은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어른으로 성장해 세파에 치이다 보면 그 해피엔딩의 허구성과 피상성에 분노한다. 대신 실패하고 좌절했던 만큼 인생을 객관적이고 허심탄회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기도 한다.

이 책은 ‘선녀와 나무꾼’을 통해 남편과의 삶도 좋지만 평생 그리워했던 하늘나라를 택한 선녀의 자유, 부인에게 날개옷을 내어준 나무꾼의 양심을 생각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는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져가는 생태 환경을 짚어본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는 호랑이라는 권력과 할머니를 구한 연대의 힘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전북대 철학과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으며 현재 전북불교대학 학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철학공부를 오래 한 어른의 시선으로 책은 30개의 동화를 바탕으로 색다른 인문학을 써내려갔다.

무엇보다 저자가 동화를 다시 읽는 까닭은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어른들에 비해 물리적은 힘은 약할지 몰라도 어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솔직함과 당당함의 에너지를 그들은 가지고 있다.

키는 커지고 완력은 세졌어도, 우리는 지금 자본과 권력, 물질이 시키는 대로 꾸역꾸역 살아가는 비천한 존재는 아닌지 묻고 있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의 힘으로 명랑하고 주체적인 삶의 회복을 역설한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