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실에서 배우는 부처님의 팔정도
심리치료실에서 배우는 부처님의 팔정도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10.1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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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프로이트의 만남
“마음의 아픔 치유하기란
결국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에서 출발”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마크 엡스타인 지음 / 김성환 옮김 / 한문화

서양인 전문가의 명상서적은 많고 인기도 끈다. 다만 명상의 구체적인 기법과 효과에 관한 설명은 뛰어난 반면, 명상의 근본이 되는 불교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엷다는 인상이 있다.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의 가장 큰 특징은 정신과 전문의의 심리치료에 불교의 팔정도(八正道)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오랜 임상 경험을 쌓은 정신과 의사답게 불교적 관점을 심리 치료의 상황 속에 녹이면서 명상과 심리 치료의 관계를 보여준다.

막연한 한자어의 팔정도를 쉽고 친절하게 재해석하는 솜씨도 좋다. 자신과 사물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힘인 ‘올바른 견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내면을 관찰함으로써 드러나는 ‘올바른 의도’, 주어진 순간에 최선의 행동을 찾는 ‘올바른 행동’, 자신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올바른 말’, 삶의 불확실성을 즐기는 방식으로서의 ‘올바른 집중’ 등이다. 이들 덕목은 결국 ‘자기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다스리기 위해 가져야 하는 주요한 태도들’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양 가장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드러내 보일 기회를 갖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 효과를 가져다주는 기법의 핵심에는 바로 이 태도가 놓여 있다.” 곧 심리치료의 시작은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는 불교의 기본 가르침인 팔정도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근거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다뤘다.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는 불교의 기본 가르침인 팔정도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근거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다뤘다.

명상의 주요 효험 가운데 하나는 ‘자존감 향상’이다. 지긋지긋한 취업난과 무한경쟁에 시달리며 존재감을 상실한 현대인들이 명상을 애타게 찾는 이유다. 책은 현실 회피, 스트레스 해소, 자신감 강화 등 명상이 내세우는 장점이란 사실 남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처세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명상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자기 삶에 대한 완전한 만족이다. 명상을 통해 문제를 회피하거나 통제하려 들지 않고 자기 내면의 힘을 믿고 삶이 주는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자세를 갖추라는 것이다.

“자아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닌 골칫거리이다. 더 크고 똑똑하고 강하고 부유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우리의 수긍할 만한 노력은, 우리를 피로와 자기의심 속으로 끊임없이 밀어 넣고 있다. 자기 향상을 위한 우리의 노력 그 자체가 우리를 지속 불가능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셈인데, 이는 우리 스스로 자신의 성취가 충분한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이 나아지길 원하지만 우리의 접근법은 우리를 방해만 할 뿐이다(7쪽).”

저자 이력이 지닌 또 하나의 차별성은 불교와 함께 정신분석학의 대부인 프로이트를 공부했다는 점이다. 책은 부처님과 프로이트가 공통으로 중시하는 ‘현실 직시’, 즉 두려움 없이 자신의 내면세계와 대면함으로써 무의식 깊숙이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고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데에까지 나아가게 해 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지를 팔정도의 여덟 가지 태도와 연결시켜 설명하는 동시에 그 사례를 통해 저자 역시 의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기 내면의 모습을 비춰본다.

무의식 속에 깊이 묻혀 있는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들여다보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점도 눈에 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고 환자 스스로 답을 찾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돕도록 하는 치유자의 ‘올바른 노력’을 강조한다.

마크 엡스타인이 정의하는 명상이란, 삶이 무엇을 제공하든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훈련이다.

“그 모든 자기혐오는 덧붙여진 것에 불과합니다. 당신은 똑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그 이야기를 계속 자신에게 덧씌우고 있어요. 당신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제 앞에서 솔직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시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제게 보여주는 건 오직 당신의 자기혐오뿐입니다. 그 태도를 한번 내려놓아 보세요. 지금 당장(113쪽).”

‘싫은 것을 밀쳐 내지도, 좋은 것을 움켜쥐지도 않은 채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전부 수용하는 명상적 태도’ 그리고 ‘휩쓸리지도 거부하지도 않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태도’에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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