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유훈 가슴 깊이 간직하고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선 우리들은
과연 부처님께서 천명하신 법과 율을
스승 삼아 살아가고 있는가
승가 본연의 모습을 늘 묻고 묻는다

인오스님
인오스님

‘그 분 부처님, 공양 올려 마땅한 분, 바르게 깨달으신 분께 귀의합니다.’ 

“적어도 불교 신자라면 이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공양을 올려야 할 것이며 그분 부처님을 이 정도로 흠모하는 자세이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지계정신의 철저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불자가 차담을 나누다 이런 말을 했다. 어디에 나오는 말씀 이냐고 물으니 초기 불교 불서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불교의 현주소도 짚었다. 핵심은 법을 보고 가르침을 받지만 결국은 그 법을 전하는 스님을 보게 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대승불교인 간화선을 지향하지 않고 초기불교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최근 경향을 들려주며 자신 또한 초기불전으로 관심이 기운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초기불교 핵심인 삼학과 사성제, 실천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불교도 부처님 법에 부합하는 실천덕목을 널리 펴고 계율에 철저해야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은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불교 발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로 결론 맺었다. 

2700년 전, 부처님께서는 입멸에 드셨다. 남은 후예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심했다. 부처님이 반 열반에 드신 뒤 남아있는 직계 제자들이 가졌던 당연한 문제의식을 지금 27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가고난 후에는 내가 그대들에게 가르치고 천명한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라고. 

그러나 부처님의 유훈을 가슴에 깊이 간직하고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선 우리들은 과연 부처님께서 천명하신 법과 율을 스승 삼아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재가수행자들 역시 부처님의 위대한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안간 힘을 쏟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항시 힘주어 물을 일이다. 

무엇보다 출가자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승가의 모습은 늘 거울이 돼야 한다. 재가자는 출가자를 부처님을 대신하여 법을 전하는 주체로 여기므로 시봉을 하기도 하고 공양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법과 율에 철저한 승가 본연의 모습을 한 순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날 그 불자가 들려주던 또 하나의 말이 생각난다. 

“스님, 종단에서 백년대계라는 야심찬 공표를 하고 이달부터 대규모 결집법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율장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불교 전통의 지계정신이 살아있어야 하며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과시할 만한 승가의 승풍과 불가의 가풍을 유지, 존속시켜 탁월한 우수성을 대대손손 이어가게 해야 합니다. 더욱이 승가다운, 출가사문다운 위의로 산중의 불교를 대중 속으로 끌고 들어와 어울리게 해야 합니다. 스님들은 산에 살 때, 가장 빛이 납니다. 그리고 그 법의는 산사에 머물 때라야 최상의 값어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그것이 간화선을 지향하는 한국불교의 자랑입니다.”

그날 차담의 다식인양 듣게 된 그의 주장은 나를 향한 주문처럼 여겨졌다. 불자들은 부처님을 흠모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최상의 신뢰를 안겨주는 ‘법’의 배달부가 되어야 마땅하다.

[불교신문3527호/2019년10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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