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철
김응철

1960년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종속이론’이라는 사회이론이 등장하였다. 당시 중남미 지역의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이들 국가에 진출한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독점권을 내세워 후진국의 경제발전을 억압하는 종속적 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이 확산되었다. 이런 이론은 비동맹 제3세계 구축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였으며 저개발국가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렇지만 다국적 기업을 축출한 저개발국가들 대부분은 현재까지 여전히 낙후된 후진국 경제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치사회적 종속보다 국민들이 정신적 업(業)의 종속에 얽매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앙굿따라니까야> ‘사실의 경(A5:57)’에서는 늙음, 질병, 죽음, 애욕, 업 등 다섯 가지 종속을 설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나는 업의 소유자이고, 업의 상속자이고, 업의 원인자이고, 업의 친연자이고, 업의 상속자이다”라고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은 행위와 그 과보이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행위의 업에 종속되어 살아가지만 “이러한 사실을 잘 관찰하면 길이 생겨나고 그 길을 잘 수습하고 닦고 익히면 종속의 결박이 끊어지고 경향이 종식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종속은 사회구조적 모순에서도 비롯되지만 종속에서 벗어나는 길은 먼저 자신의 행위, 업을 잘 관찰하고 그 과보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중생들은 문제의 근원을 남의 탓에서 찾으려고만 하고 자신의 행위를 되돌아보지 않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공직자들이 자신의 업에 결박되고 종속되면 수많은 사회구성원들이 고통 받는다. 공직자의 업은 자신의 결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좌우로 나뉘어 극렬한 대립 양상이 나타나는 우리사회가 하나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먼저 자신이 어떤 업에 종속되어 있는지 자각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하심의 노력을 펼쳐야한다. 

우리 사회 공직자들이 하루빨리 대립과 갈등의 업에 종속되지 말고 화합과 결속의 원력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527호/2019년10월19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