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불교의 핵심교리인 ‘삼법인’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있다. 무상이라 하면 허무하고 덧없다고 하는 것인데 불교는 염세주의 종교인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의미 
인생도 무상·변화하는 것이니 
힘들어도 다시 열심히 살도록 
힘을 갖게 하는 ‘진취적 사상’


A   ‘제행무상’을 좀 더 상세하게 번역하면 ‘인연에 의해 생겨난 모든 것들은 무상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무상’하다라는 단어 때문에 부처님 가르침이 자주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불교에서의 ‘무상’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무상과는 그 의미가 많이 다릅니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무상은 ‘허무하다, 덧없다, 공허하다’는 염세적 뜻이 아니라, 한자 그대로 ‘무상(無常)’ 즉, ‘항상 함이 없다=끊임없이 변해간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인생무상’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인생무상’이라고 하면 ‘사람의 일생이 보람이나 가치가 없이 헛되고 하찮게 지나감’을 두고 한탄하며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인생무상’을 불교적 변화(무상)의 관점으로 보면 ‘사람의 일생은 정해진 바 없이 참으로 변화무쌍하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삶이 허무하거나 공허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틱하다’는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허무하고 덧없다고 향락주의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흥미진진하여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교의 무상은 염세주의가 아닙니다.

몸은 무상(변화)하여 생노병사하고, 마음도 무상(변화)하여 생주이멸하며, 이 우주만물 모두가 무상(변화)하여 성주괴공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십니다. 즉 몸도 마음도, 더 나아가 우주만상도 ‘변한다는 진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우주에서 어느 것 하나 변화하지 않는 것 하나만이라도 떠올릴 수 있나요?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 가르침 후 지금까지 무상(변화)하지 않는 물건 하나를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태어나서 성장하지 않고 귀여운 어린아이 상태로 영원히 있다? 재앙입니다. 사고로 다친 상태로 낫지 않고 천년동안 아프다? 지옥입니다. 입대해 이등병으로 천년을 근무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이처럼 불교적 ‘무상(변화)’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며, 다른 말로 ‘희망이요 가능성’입니다. 나중에 제대한다는 변화(무상)를 알기에 용사들은 오늘도 보람찬 하루해를 보냅니다.

인생이 무상(변화)하기 때문에 다시 열심히 살아 보려고 하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리어 진취적 사상입니다. 매일 매일의 성실한 노력은 변화(무상)사상을 그 근본으로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노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두 이런 긍정의 메시지들입니다. 그래서 불교는 결코 염세주의 종교가 아닙니다.

[불교신문3527호/2019년10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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