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대신 취업 선택한 용기
무한한 칭찬 격려 보낸다…

2학기가 시작됐다. 학교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쁘게 돌아간다. 새롭게 바뀐 2학기 시간표에 적응해야 하고 특성화고 3학년 수시 원서접수와 취업원서 접수를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대입 수시 자료제공을 위해 동아리 활동, 과목별 특기사항 입력과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하다 보면, 종립 학교에 불교학생회 숫자가 많을수록 컴퓨터와 씨름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건 연중행사가 되어 버렸다. 한 명 한 명 얼굴을 떠올리면서 최선을 다해서 아이의 강점을 기록해주려고 노력한다. 비록 공부는 잘 못하더라도, 친구 사귀기가 힘들거나 자존감이 낮더라도, 용기 내어 법당을 찾은 귀한 인연임을 알기 때문이다. 
 

법회 시간에 진행한 명상수업에서 아이들이 내놓은 결과물.
법회 시간에 진행한 명상수업에서 아이들이 내놓은 결과물.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용기에 무한한 칭찬과 격려를 하는 사람으로 우리 학교에는 교법사가 존재한다. 어쩌면 학창시절의 마지막 추억이 될 수도 있기에 고3 학생들도 파라미타 활동을 열심히 한다.

2학기 첫 법회는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학기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시간으로 ‘내 마음 바라보기’를 주제로 명상수업을 진행했다. 먼저 도안이 그려진 엽서와 색칠 팬을 나눠줬다. 아이들은 호기심에 재잘대다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진 엽서를 받아들더니 하나 둘 조용해진다. 

색칠이 끝나갈 즈음 자리를 정리하고 명상 중에 맞춰 자연스럽게 반가부좌를 하거나 다리를 접어 허리를 펴고 양손을 가지런히 단전에 모으고 눈을 감는다. 평소보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제법 잘 따라한다. 

잠시 호흡을 정리한 후에 연초에 계획했던 목표를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고, 올해 12월까지 성취하고 싶은 것 세 가지를 뒷면의 엽서를 쓰게 했다. 너무나 진지한 모습에 새삼 놀란다.

작성한 엽서는 모둠별로 친구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아이들 대신 엽서를 모아 아이들이 엽서에 적은 내용들을 읽어봤더니 ‘학교생활 열심히 하기’ ‘자격증 취득하기’, ‘성적 올리기’, ‘친구 배려하기’, ‘108배를 열심히 해서 다이어트 성공하기’ 등등 구체적인 계획들이 목표로 설정되어 있고 마지막엔 ‘나는 나를 믿는다’라는 비장한 다짐까지 적혀있다. 

물론 한두 명 예외도 있다. 어른들에게도 이루고 싶은 목표를 써보라고 하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비록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파라미타 활동을 통해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존감이 높아졌고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 교법사는 그들 옆에서 마중물의 역할을 할 뿐이다. 

나는 이런 아이들이 푸른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 오늘도 법당에서 아이들 눈을 바라본다.

[불교신문3527호/2019년10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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