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 시 부문 대상 작품

시월, 슈퍼문

하승훈 (상계고2)


저 항아리를 비추는 것은 슈퍼문이다
그러나 시월 속으로 건너온 폭력은
, , 과열된 죽음의 입구를 생각했는지도 몰라
승복의 잠과 악몽을 관통시킨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등뼈를 휘어지게 했고
공포처럼 그림자를 굳어지도록 개머리판을 내리찍었다

공기 점점 차가워지는 밤, 백오십삼명의 목탁이 소리를 질렀다
침묵의 소리를! 그러나 지하실에 감금 된 채로
오도가도 못했다 어둠이 너무 많아서 밝은 곳을 떠올리듯
서로 뭉쳐있으니 커다란 달이 되었다
슈퍼문이 된 것이었다
폭력이 몸을 부수고 정신마저 부서트릴 때
새로운 법열이 봄날로 피어나고 있었다
잎에서 잎으로
공중에서 공중으로 뻗어나가는 단풍나무처럼
시월은 끝이 아니라 새봄으로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무자비한 폭력, 무책임한 폭력 앞에서
피 비린내 대신 맑은 비린내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멍든 자리마다 꽃이 피었고
슈퍼문이 된 침묵들은 별개 사람을 다 놀래킨다는 듯
산정의 바위같이 꿈쩍하지도 않았다

 

심사평

문태준(불교방송 PD, 문학박사, 시인)

310 27 법난 문예공모전에 응모한 작품들을 읽었다.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불교계 탄압인 10 27 법난의 진실을 알리고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취지로 개최되고 있는 문예공모전에 대한 응모자들의 열의가 뜨거웠다. 특히 올해부터는 법난의 뼈아픈 역사를 중고등학생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청소년 부문이 추가되었다. 응모한 작품 수는 작년보다 크게 늘었고 작품의 수준도 높아졌다.

10 27 법난의 사건적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불교계의 교권과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또 우리 사회가 화합과 원융의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작품들이 늘어난 점도 각별히 주목할 만했다.

청소년부 대상작인 시월, 슈퍼문은 법난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올곧고 꼿꼿한 법성(法性)을 찬탄하면서 그 밝게 깨어있는 정신을 슈퍼문, 즉 커다랗고 무량한 만월의 빛에 견주었다. 청소년부에서 단연 수작이었다.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재능도 겸비한 학생의 작품이었다.

우리는 문학적 상상력에 기초한 작품들을 창작하고 또 그것을 대중들이 함께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에 이르게 된다. 문예공모전이 앞으로도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치러지길 기대한다.

모든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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