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시 부문 대상 작품

진실의 꽃

이선희


그날
나무잎은 파르르 몸을 떨고
시냇물이 온몸으로 울어예던 날
소란한 벌레들이 숨을 죽이고
다람쥐 눈동자에 공포가 반사되던 날

바람도 구름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진속(眞俗)의 길이 다르건만
사바의 파도가 출세간을 넘어드니
적멸도량에 아수라가 춤을 춘다.

파사현정은 허공에 피어난 신기루
악마는 거짓으로 진실을 포장하고
진실은 대공분실에서 멍이 든다.
삼청교육대는 진실의 교육대가 아니다.
태양은 동에서 떠올라 서로 지고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우리 모두 진실 앞에 무릎 꿇고
참회의 서를 외쳐야 한다.
가슴에 응어리진 매듭이 풀어질 때까지
그래서 화합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강물이 바다에서 하나 되어 만나듯이
너와 내가 우리 되어
시들지 않는 진실의 꽃을 피워야 한다.

가슴 저미는 반성이 메아리치고
눈물 머금은 용서가 두 팔을 벌릴 때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에 새살이 돋고
향기로운 세계일화(世界一花)가 피어나리라.

 

심사평

문태준(불교방송 PD, 문학박사, 시인)

310 27 법난 문예공모전에 응모한 작품들을 읽었다.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불교계 탄압인 10 27 법난의 진실을 알리고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취지로 개최되고 있는 문예공모전에 대한 응모자들의 열의가 뜨거웠다. 특히 올해부터는 법난의 뼈아픈 역사를 중고등학생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청소년 부문이 추가되었다. 응모한 작품 수는 작년보다 크게 늘었고 작품의 수준도 높아졌다.

10 27 법난의 사건적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불교계의 교권과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또 우리 사회가 화합과 원융의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작품들이 늘어난 점도 각별히 주목할 만했다.

성인부 대상작으로는 진실의 꽃을 선정했다. 이 작품은 10 27 법난에 대한 진실은 허위의 것으로 덮을 수 없으며 결국 사도(邪道)는 깨어지고 정법(正法)이 드러나게 된다면서 세계일화(世界一花)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한 참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법난 당시의 폭력성을 생명세계 모든 존재들이 느꼈을 거대한 공포와 전율로 표현한 점도 좋았다.

우리는 문학적 상상력에 기초한 작품들을 창작하고 또 그것을 대중들이 함께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에 이르게 된다. 문예공모전이 앞으로도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치러지길 기대한다.

모든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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