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10·27법난 문예공모전 수상작] 정임숙 '붉은 도장'
[제3회 10·27법난 문예공모전 수상작] 정임숙 '붉은 도장'
  • 불교신문
  • 승인 2019.10.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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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부 산문 부문 대상 작품

붉은 도장

정임숙


봄 햇살이 수런대는 날, 구례 쌍계사로 길 떠났다. 소설토지속 그리움을 찾아 문학기행을 나섰다. 고즈넉한 절집 뜰은 이내 수국 향과 문향으로 피어났다. 경내를 한 바퀴 도는데 법당 옆에 서 있는 배롱나무가 눈길을 끈다. 수령이 오래된 듯하다. 사찰 옆에 서 있는 배롱나무를 볼 때마다 구도자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수피도 없이 맨몸으로 서 있는 나무, 무소유인 수행자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한 몸에서 제법 굵은 가지가 뻗어 나가 마치 두 그루의 나무처럼 서 있었다. 매서운 칼바람을 많이 맞았던지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했다. 허리가 울퉁불퉁 패이고 푸르뎅뎅한 멍이 들었다. 움푹해진 몸속에는 이끼 같은 것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개미떼가 그 속을 들락거렸다. 나무의 속을 비집고 제 집인 듯 들어앉은 저 미물들, 제 살겠다고 늙은 나무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마 배롱나무는 지금 깊은 병을 앓고 있으리라. 배롱나무 곁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자꾸만 내 발길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아픔 때문이었을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제 몸에 푸른 흉터를 지니면서도 기우뚱한 몸으로 절간을 지키고 있는 배롱나무, 나는 다시 배롱나무 곁으로 가서 앉았다. 10.27법난 영상과 유응오 씨의 10.27법난의 진실에서 본 혜성스님이 핍박받고 고문당하던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38년 전, 혜성스님이 새벽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데 사찰에 군홧발자국들이 들이닥쳤다. 매같이 날카로운 장교의 눈빛이 스님을 쏘아보았다.

투서가 들어와 조사할게 있으니 따라오시오.”

군인의 음성은 얼음처럼 차갑고 무거웠다. 살기가 마구니魔軍처럼 느껴졌다.

총칼을 든 군인들이 법당 안에 들어가 스님들을 끌어내렸다.

이 중놈의 새끼들 빨리 나와.”

스님들이 맨발로 법당 안마당으로 끌려나왔다.

, 이 개새끼들아 두 팔 올리지 못해?”

혜성스님은 개머리판 총구에 어깨와 머리를 맞고 복부를 걷어차였다. 그대로 꼬꾸라졌다. 욕설과 선혈이 법당 바닥에 연꽃잎처럼 흩날렸다. 군홧발에 짓밟힌 꽃잎들을 뒤로 하고 스님은 지프차에 타고 서빙고로 끌려갔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두 팔이 꺾였다. 동굴 같은 조사실에 알전구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조사관은 스님에게 옷을 던져주며 빨리 갈아입으라고 욕을 했다. 스님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순식간에 솥뚜껑만한 손바닥이 양쪽 뺨에 날아들었다.

이근배, 뭘 쳐다 봐? 중옷 벗고 이 옷으로 갈아입으란 말야. 이 새꺄.”

조사관이 던져준 것은 낡은 죄수복이었다.

그는 사정없이 스님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가사 장삼이 찢어졌다. 법당 옆에 서 있던 배롱나무처럼 스님은 알몸이 되었다. 신군부의 칼바람 앞에 서 있는 한겨울 배롱나무, 오롯이 그 바람을 다 맞아야 하는 알몸이었다. 수치심과 모멸감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저들과 전생에 무슨 악연이 깊었기에 이리도 고통을 받는 것일까. 제행무상, 스님은 마음속으로 불경을 외웠으리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이 죄수복으로 갈아입자마자 집중 심문이 시작되었다.

, 이근배, 얼마나 해쳐먹었는지 여기에다 다 써.”

횡령한 게 없습니다.”

, 이 새끼 봐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써. 이 새끼야.”

조사관이 들고 있던 심문조서철로 스님의 뺨과 머리를 번갈아가며 후려쳤다.

도선사와 관련된 사업에 대해 다 쓰란 말이야 개새끼야.”

어린 싹에게 불심을 심어줄 청담중 · 고교 건립하는데 55천만 원 들었구요. 불쌍한 이들에게 자비심을 베풀어 줄 고아원, 양로원 건립하는 데 45천만 원 들었으며, 도선사 부처님 모시는 데 75천만 원 들었지요.”

개새끼, 절에 돈이 이렇게 없다는 게 말이 돼? 죽기 싫으면 똑바로 적어.”

그들은 스님의 팔을 꺾어 비틀었고 몇날 며칠 잠도 못 자게하고 썼던 진술서를 다시 쓰게 했다. 서치라이트를 눈에 갖다 대며 고문했다. 가슴과 배를 마구 걷어차였다. 스님은 의자에서 떨어져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빨리 안 일어나? 개죽음 당하고 싶어? 이 새끼야.”

각목이 스님의 어깨와 등에 퍽, 퍽 날아들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스님은 명치 끝이 아파 숨쉬기가 힘들었다. 저 살기 어린 눈, 그들은 짐승 같았다. 그들의 입에서는 수시로 육두문자가 쏟아졌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서빙고 분실에 와글와글 끓었다. 옆방에서도 스님들이 구타당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스님의 복부 한가운데에 군홧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마치 불도장처럼. 그날 이후 스님의 가슴 한가운데에는 지워지지 않는 붉은 도장이 새겨졌다.

푸른 멍이 든 배롱나무를 보자 군홧발에 도장 찍히던 혜성스님이 생각났다. 나무의 흉터를 만져본다. 아무리 아프다고 소리쳐도 들어주지 않던 스님의 울부짖음, 저 배롱나무도 지금 고통스럽게 외치고 있을 것이다.

스님은 서빙고로 끌려간 지 닷새째 되는 날 이상한 문서 하나를 주웠다.

이게 뭐지? 전언통신문, 합수단장(김충우), 45계획이라면?’

조사 후에 조사관이 버리고 간 문서였다. 혜성스님이 부정축재를 하였으니 타인명의와 도피재산, 비밀구좌까지 집중 수사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언통신문에 따라 스님을 수사했다. 스님은 문서를 꼬깃꼬깃 접어 잘 보관했다. 그 종이를 주운 날부터 조사관들은 전화를 받기만 했지 걸지는 않았다. 원격으로 조종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없는 죄를 만들었고 허위진술서를 쓰게 했다.

스님이 서빙고에 끌려간 지 이틀 뒤에 기사가 크게 났다. ‘폭력 사이비 승려僧侶 등 연행’, ‘계엄사 사회정화차원서 불교계도 정화(1980. 10. 29. 한국일보)’ 였다. 청담 스님의 정체불명자들에 의한 폭행치사 사건은 의혹이 많아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는 기사였다. 조사관은 욕설을 퍼부어대면서 빨리 진술서를 쓰라고 다그쳤다.

스님은 도선사의 재산을 사찰주차장과 사회복지법인인 보육원과 양로원, 학교법인인 청담학원으로 구분하여 합계 175천만 원이라고 적었다. 시가 환산총액이었다. 혜명보육원은 전쟁고아를 보살폈던 김기용 보살이 기부한 것으로 보육원과 양로원은 혜명복지원의 재산이다. 청담중 · 고등학교는 청담학원의 재산이며 도선사의 재산이었다. 도선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사찰이다.

나는 배롱나무를 지나 석벽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을 보러 갔다. 과거와 현재, 미래불을 함께 모셔 삼존불이라고 한다는 마애삼존불을 보니 청담스님과 혜성스님, 혜성스님의 상좌인 도현스님이 떠올랐다. 그 다음 부처님 사리탑이 모셔진 곳으로 갔다. 조용히 사리탑을 보는데 혜성스님이 청담스님 폭행치사 사건으로 고문당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또한 청담스님의 사리함을 사리탑에 봉안하려는 날에 비가 와서 은사 스님의 법체法體인 사리가 젖을까봐 혜성스님이 사리함 봉안을 미루었다는 글이 떠올랐다.

기력을 다해 스님이 진술서를 쓰고 나자 조사관은 청담스님의 열반에 대해 쓰라고 했다. 한동안 스님은 종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욕설이 기차화통처럼 스님의 귓전에 내리꽂혔다.

나가서 중노릇 계속 하고 싶으면 바른대로 적어. 이 새끼야.”

협박과 고문이 피딱지처럼 스님의 온몸에 달라붙었다. 군홧발에 옆구리와 배를 걷어차였다. 거적때기로 말렸고 짓밟혔다. 탈장이 되었고 항문이 터졌다.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아픔을 견디는 것보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스님은 바닥에 까무룩 뒤집혔다. 꿈결인 듯 극락인 듯 아슴아슴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먹물 바지저고리 입고 출가하던 스무 살 고향길이 떠올랐다. 새벽안개 속에 손 흔들며 저만치 사라지던 어머니의 모습, 청담스님을 만났던 수행자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디론가 둥둥 구름 속으로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이 새끼야, 빨리 일어나 쓰란 말이야.”

그들은 군홧발로 걷어차며 양동이에 담긴 찬물을 스님의 온몸에 쏟아 부었다.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렇게 억울한 중생의 죽임이 어디 있을까. 영원한 아미타불의 세계로 가고 싶었으리라. 조사를 끝낸 후 그들은 재산포기각서를 들고 왔다.

, 이근배, 여기 서류에 도장 찍어. 이 새끼야.”

도선사 재산은 제 개인재산이 아닙니다.”

이 새끼가 서명을 못 하겠다? 너 죽고 싶어?”

그들은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우고 군홧발로 짓밟았다. 끝내 서명하지 않았다.

며칠 뒤에 그들은 신문에 대문짝만한 기사를 냈다. 토굴 같은 조사실에서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들은 스님이 부정축재자금 175천만 원을 횡령했다고 보고했다.

조사받을 당시 스님이 시가로 환산한 총액을 개인횡령금액으로 허위 보고했던 것이다. 승려의 위상과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평생 공들여 쌓은 탑이 모진 폭풍우에 파멸되었으리라. 이유야 어찌됐든 스님은 참회의 날들을 보내셨을 것이다.

악몽의 37일간, 스님은 캄캄한 벽 속에 갇혀 있었다. 자유세계에서 끌려온 방, 사후지옥이 그와 같았을까. 육신의 자유를 잃고 영혼마저 짓밟힌 날들이었으리라.

1980118, 구금 중에 스님은 치탈도첩褫奪度牒 당했다. 승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다. 스님도 모르는 사이에 승적을 삭제시킨 그들이었다. 혜성스님은 평생 교육과 포교, 불사를 해 오셨다. 청정한 불자의 시주물을 부정축재라는 누명으로 고문당했으니 얼마나 억울하셨을까.

10.27법난은 1,700년 역사의 불교가 신군부에 의해 탄압받고 인권이 유린된 사건이다. 모든 언론은 신군부에 의한 조작된 시나리오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들은 스님에게 그동안 여기에서 고문 받았다는 말과 일어난 일을 일체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고 한다. 37일간 감금 후에 서빙고를 나온 스님은 고문후유증으로 도선사로 돌아갈 수 없어서 입원했다. 탈장수술을 받아야했다. 콧줄로 미음을 먹었다. 협심증과 관절염이 왔다. 인터뷰기사에서 16년 전부터 파킨슨병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10.27법난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군인, 군인, 아파.”

35년이 지난 지금에도 스님은 팔을 내저으며 악몽에 소리친다는 (여태동 기자의 인터뷰 201510. 24일자) 기사를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 누구나 심한 폭력을 당하면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게 된다.

스님이 그동안 생살이 찢기는 고통을 견뎌내신 것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거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2018725, 스님은 법랍法臘 62, 세수 82세로 열반하셨다. 38년 동안 가려진 진실을 이제는 밝혀야 한다. 매듭은 풀어야 한다.

쌍계사에 있는 배롱나무처럼 온몸으로 칼바람을 막아낸 혜성 대종사님이다. 자신의 몸을 희생시키면서 불법을 지키고 호국불교에 앞장서 오신 분, 수피도 없이 맨몸으로 묵묵히 절간에 드는 벌레들을 잡는 배롱나무 같은 분이다. 배롱나무는 오늘도 푸른 고통을 견디며 묵언수행하고 있다. 그는 참회와 참선으로 자비 앞에 서 있는 불보살님의 모습이다. 배롱나무에서 혜성 대종사님의 붉은 자비를 본다.

 

심사평

윤재웅(동국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구례 쌍계사 법당 옆 배롱나무. 수피도 없이 맨몸으로 서 있다. 무소유의 수행자 모습이다. 당선작의 장점은 과거의 안타까운 사건을 역사 기록으로만 불러내는 데 있지 않고 현재의 자연물을 통해 연상하는 데 있다.

이런 서술 전략을 통해 39년 전 법난의 피해자 혜성 스님은 오늘 법당 옆 배롱나무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몸이 한 쪽으로 기우뚱한 채 깊은 병을 앓고 있는 나무의 모습은 군인들이 구둣발에 가슴이 짓밟히던 스님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개인의 폭력 피해 기록을 회상의 방법으로 재현하지 않고 법당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배롱나무와 결합시켜 진술함으로써 부처님 법을 지키는 불보살의 의미를 발견한 게 좋은 점이다. 과거와 현재가, 사람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은 채 거대한 인연의 연쇄로 살아간다는 것을 체득한 모습이다.

혜성 대종사는 열반에 드셨지만 묵언수행 하는 배롱나무처럼 푸른 고통을 견디고 있다. 매 맞아 멍든 푸른고통은 그러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참회와 참선을 통한 붉은자비로 회향한다. 권력의 폭력과 수행자의 자비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글의 구조가 시적이다. 스님 가슴에 찍힌 군인들의 구둣발은 붉은 도장이다. 폭력적인 과거의 이미지는 오늘날 절간을 묵묵히 지키는 배롱나무의 붉은 자비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마음.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그런 마음의 나무가 되어 글쓴이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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