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병고(病苦)가 있더라도 나의 이름을 들으면 일체 모두가 단정함과 힐혜(慧)를 얻고 모든 근이 완전히 구비되고 모든 질병과 고통이 없을 것을 원합니다. 

-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 중에서
 


그러고 보니 모두 다 아픈 이들이었다. 미워서 아프고, 미워할 수밖에 없어서 아프고, 미워하기 싫어서 아프고, 내리는 비가 이 아픔 다 씻어줄 리 없어 더욱 아프고…. 

촛불집회가 한창이었던 다음 날 새벽 앞산에 아침 안개가 걸렸다. 아름답기 그지없고 신묘하기 그지없으나 사물 하나하나 원래가 오묘한 작용 아닌바 없었다. 사람이 마음을 보는 것도 그러하니 신묘하지 않은 작용 어디 있으랴. 그러나 마음을 본다 하니 그 또한 미혹이라. 마음에 무슨 거짓마음과 참마음이 있으리오. 

불의에 화를 낼만도 한데 화를 안 내는 사람도 있었다. 부당함에 항의하고 억울함에 결백함을 소리 칠만도 한데 참고 조근조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속이 다 썩어 문드러지겠다 싶은데도 감내하는 사람도 있었다. 도인이 따로 있는 것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잘 다스리다 그 생각마저 안개 사라지듯 걷힐 줄 아는 사람이었다.

[불교신문3526호/2019년10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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