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 진관사 국행수륙재
이틀간 ‘칠재’ 봉행 … 시민·불자 수천명 동참
총무원장 원행스님 “무차정신, 화합 실천”

봉송회향을 위해 소대로 향하는 대중.
서울 진관사는 10월13일 국행수륙재 회향 행사를 거행했다. 사진은 봉송회향을 위해 소대로 향하는 대중.

“49일 동안 봉행된 국행수륙재가 원만히 회향돼 많은 분들에게 행복과 환희로움을 전달했습니다. 평등과 화합의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지극한 발원이 지구 반대편에도 전해져 아름다운 세상 불국토가 세세생생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10월13일 오후5시30분 서울 진관사 대웅전 앞에서 진행된 국행수륙재(國行水陸齋) 회향 행사에서 주지 계호스님은 사부대중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12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칠재(七齋)를 끝으로 막을 내린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불자는 물론 시민 수천여 명이 함께 참여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국가무형문화재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지 계호스님은 “국행수륙재의 공덕이 두루 미처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이되길 기원한다”면서 어장 동희스님에게 3배를, 신도들에게도 1배를 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동참자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소대에서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오른쪽)과 총무 법해스님(왼쪽)이 불을 붙이고 있다.
소대에서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오른쪽)과 총무 법해스님(왼쪽)이 불을 붙이고 있다.

칠재 이틀째인 13일은 ‘밤재’로 오전부터 수륙연기, 사자단, 오로단, 상단소청, 중단소청, 하단소청, 상단권공, 중단권공, 하단시식을 진행했다. 앞서 첫날 ‘낮재’가 돌아가신 소중한 한 분, 한 분께 올리는 재인데 비해, ‘밤재’는 재를 올리는 공덕이 외롭게 생을 마친 이웃과 모든 존재에 전달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하단시식(下壇施食)을 마친 대중은 어장 동희스님과 주지 계호스님의 뒤를 따라 소대(燒臺)로 이동했다. 수륙재를 마치면서 스님과 대중이 일체 불보살과 고혼(孤魂)을 사찰 밖으로 모시고 나가는 의식이다. 산문을 나서 극락교와 안양교를 지나 소대로 향했다. 북한산 등산객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두손 모아 합장했다.

땅을 파고 일일이 기와를 깔아 원형으로 만든 소대에는 위패(位牌), 소문(疏文), 의물(儀物), 방문(榜文) 등이 모셔졌다. 종이 연꽃이 둘레를 장식했다. 독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지 계호스님과 총무 법해스님이 소대에 불을 붙였다. 빨갛게 타오르는 불길과 하늘로 향하는 연기는 극락왕생하는 뭇 영가를 보는 듯 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잘 어울렸다. 봉송의식을 마친 대중은 행렬을 지어 대웅전 앞으로 돌아와 회향 마당을 가졌다.
 

첫날 봉행된 ‘낮재’에서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치사’를 통해 “세상 곳곳에서 많은 중생들이 갈등과 반목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이 이 시대의 현실”이라면서 “우리가 함께 수륙재를 올리는 것은 무차정신과 화합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국행수륙재는 오늘날에도 한결같이 감동을 주는 거목과 같다”면서 “불교의 정신과 문화는 우리의 삶을 향기롭게 풍성하게 만든다”고 축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연수 국립무형유산원장도 진관사 국행수륙대재를 축하했다.
 

소대에서 봉송의식을 마치고 대웅전으로 돌아오는 불자들이 일주문에 들어서고 있다.
소대에서 봉송의식을 마치고 대웅전으로 돌아오는 불자들이 일주문에 들어서고 있다.

진관사 국행수륙대재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1397년 나라의 안녕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진관사에 직접 행차해 수륙사(水陸社)를 건립하고 재를 봉행하면서 시작됐다. 매년 49일간 일곱 차례 재를 지내는데, 칠재는 낮재와 밤재로 나눠 이틀간 이어진다.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수륙재는 한국전쟁 당시 잠시 산일(散逸)됐다가 1977년 자운스님과 진관스님에 의해 복원됐다. 2006년 주지로 부임한 계호스님이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아 봉행하고, 지난 2014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됐다.
 

국행수륙재를 원만회향하고 대웅전 앞에 모인 사부대중에게 계호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행수륙재를 원만회향하고 대웅전 앞에 모인 사부대중에게 계호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향식에서는 부대행사로 진행된 ‘붓다라 당당 스피치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강진현(10)군이 율동과 함께 시를 낭송해 박수를 받았다. “… 엄마는 억울할 때 내편 부처님, 동생은 꼬마 부처님, 법문을 잘 외우면 나도 나도 부처님, 우리 가족은 나의 부처님 … 우리 가족은 어둠도 뚫고 나갈 수 있어, 내 마음 속에 아주 잘 남아 있는 우리 가족은, 가장 내가 좋아하는 나의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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