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 ‘가난 때문에 죽어간 이들 위한 추모제’ 봉행
삶의 마지막 순간 먹을 거라곤 고춧가루가 전부였던 서울 관악구 탈북모자, 가난 때문에 끝내 부양의 의무를 지지 못하고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노모와 중증 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형을 살해한 뒤 본인도 자살을 선택한 서울 강서구 50대 남성, 거처를 구하지 못하고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공동생활을 하다 화재로 참변을 입은 폐지 수집 노인들의 비극까지. 지독한 가난으로 괴로워하다 삶을 다한 이들을 위해 스님들이 추모의 뜻을 전하며 정성스런 기도를 올렸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스님)는 10월12일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 청계광장에서 ‘가난 때문에 죽어간 이들을 기리는 추모제’를 봉행하며 빈곤 없는 사회를 위한 발걸음에 함께했다.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10월17일)을 닷새 앞두고 열린 이날 자리는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빈곤 때문에 죽은 사람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준비됐다.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스님, 위원 시경·도철·인우스님의 천수경 독송 기도로 추모제는 시작됐다.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쓸쓸했던 이들을 위무하는 스님들의 염불과 목탁소리가 청계광장에 울려 퍼졌다.
추모제에 함께한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국내 빈곤시민사회단체 회원들도 스님들의 기도가 진행되는 내내 엄숙한 분위기로 함께하며 애도했다. 임재원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활동가는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죽음을 선택하게 만드는 사회가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추도문을 낭독했다.
30여 분 걸친 정성스런 기도가 마무리된 후 사회노동위 부위원장 지몽스님은 “고통스런 가난으로 배려 받지 못한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몽스님은 “우리 사회는 지금 이기주의에 빠져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부족할뿐더러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도 없다”며 “부디 타인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내줄 수 있는 사회로 발전돼 가난한 사람도 행복하게 웃는 날이 올 때까지 스님들도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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