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동안거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 동참 대중 인터뷰

“인생에 한번 뿐…죽기를 각오했다”

■ 상월선원 지객 호산스님

호산스님
호산스님

야외 천막 90일 고행 결사는 총무원장 소임을 내려놓은 직후 백담사 무문관 수행에 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으로부터 출발했다. 극한의 수행으로 일컬어지는 무문관 수행을 거치고도 더 극한의 고행길에 나서겠다는 결심으로 무문관을 나섰다. 무문관을 넘어 중생과 소통하는 수행의 길, 그 방법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 실천궁행을 더하고자 굳혔던 다짐이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로 상징되는 불퇴전의 수행에 대한 나름의 방식이다. 자승스님의 각오를 듣고 가장 먼저 동참의 뜻을 밝힌 이가 호산스님이다. 19안거 수행을 이어오다 종단 소임을 맡으면서 더이상 선방을 찾지 못해 수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한국불교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호산스님은 가장 할 일이 많은 지객 소임을 자청했다. “하루 한끼 배고픔을 달랠 정도의 음식 섭취를 하면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가며 무문관 보다 더 혹독한 3개월간의 묵언 정진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종단의 총무원장까지 지낸 분이 그런 고행 정진을 한다고 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호산스님은 한국불교에 어떤 에너지를 주겠다며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못한 고행을 하겠다는 결심에 어떤 시비가 있을 수 있겠느냐취지를 듣고 그 자리에서 기꺼이 동안거 정진에 함께 하겠다고 자청했다고 했다.

중생의 삶 속으로 나아가고자 나선 길에 두려움이란 있을 수 없었다. 결사에 임하는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노숙 정진을 하고자 했다. 서울역, 광화문, 한강 등 여러 장소가 후보지로 거로됐다. 하지만 동참 대중의 의견에 따라 서울 종로의 원각사지로 정했다. 100주년을 맞은 3.1운동과 용성 선사와 만해 선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이미 행정관청이 관리하는 탑골공원으로 바뀌어 있는 원각사지에 대한 장소 사용이 허용되지 않았다. 결국 위례신도시 포교도량 부지가 정진장으로 정해졌다.

호산스님은 대중이 많아지면 고려해야할 일도 많아지는 것이라며 종단이 도심포교를 위해 확보한 위례신도시 포교도량 부지는 부지 확보 이후 진척이 더딘 불사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면 결사 취지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생의 삶터로 나아가는 정진이라는 상징성도 함께 담을 수 있는 점도 작용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결사를 통해 위례 포교도량이 많은 불자들이 찾는 성지와 같은 도량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원력도 담았다.

장소를 결정하는 문제 뿐만 아니라 결사로 결행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호산스님은 여러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천막 결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인생에 단 한번 뿐인 기회이기에 죽기를 각오하고 동안거 결제에 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한국불교가 호위호식에 너무 젖어 있다는 반성으로부터 출발해 국민들과 불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결사로 만들고 싶은 바람도 갖고 있다고 했다.

결사에 들기 전 제적원을 작성해 총무원에 제출한다. 제적원은 출가수행자에게는 생명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만큼 결연하다. 호산스님은 정진하는 그 자리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출가수행자로서 모든 것을 걸고자 한다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한국불교에 에너지를 넣고자 하는 결사가 성공하려면 결사에 힘을 주는 불자들의 관심과 동참이 있어야 한다. 호산스님은 아무리 훌륭한 연기자나 가수도 관객이 호응해주지 않으면 훌륭한 공연으로 성공시킬 수 없다결사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불자들이 동참해 응원해준다면 그 힘을 받아서 정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로지 용맹정진을 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호산스님은 각오를 다졌다.

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공부 열정 불태울 수 있어 오히려 설렌다”

■ 상월선원 입승 진각스님

진각스님
진각스님

백양사 운문암 선원, 태안사, 상원사, 통도사 등에서 30안거를 성만한 진각스님은 100만배 기도를 두 번이나 회향했다. 특히 2003년 오대산 중대에서 공부했던 스님은 상원사 적멸보궁을 찾아가 100만배 정진을 했다.

중대 요사채에서 보궁까지 왕복 40~50분 거리를 하루 세 번 오르내리며 새벽예불 때 1000배, 사시에는 불공, 저녁 예불에 1000배를 올렸다. 한 겨울 영하 35도까지 떨어지는 적멸보궁에서 난방시설 하나 없이 기도했던 그 힘으로 스님은 이번 천막결제에 동참한다.

서리를 맞으며 달을 벗 삼아 수행하는 노천도량(霜月禪院)에서 스님은 제적원을 써놓고 들어갈 정도의 배수진을 치고 정진한다. 무문관에서 스님들이 각자 처소에서 정진하는 것과 달리 천막묵언결사에서는 대중이 서로 대화 없이 한 공간에서 수행을 한다.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9명 스님이 한 몸이 돼 한 명도 낙오 없이 오롯이 정진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스님은 “옛 스님들은 탄광 막장에 들어가 일을 하고 거지들과 함께 생활하며 만행을 했다”며 천막결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천막결제 소식을 들은 신도들은 동안거 노천에서 혹한을 견뎌야 하는 스님을 걱정한다. 정작 스님은 태연하다. 난방도 되지 않는 천막에서, 한 벌 옷으로 추위를 견디고, 씻지 않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하루에 일종식을 하며 14시간 정진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스님은 오히려 “설렌다”고 말한다.

“도를 깨치기 위한 공부는 생사를 뛰어넘는 것인데, 목숨을 걸고 해야 하지 않겠냐”며 “천막 앞에 장작을 쌓아라. 차라리 그 자리에서 다비를 하겠다”며 농담처럼 말했다.

천막묵언결사가 알려지자 동참하고 싶다는 스님들 연락이 여럿 왔다고 한다. “공부 위해 몸부림 치고 열정을 태우며 스스로를 시험하는 스님들이 많다”며 “깨달음에 가까워진다면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전례 없는 결사를 앞두고 언짢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 스님은 “세상에는 여러 의견이 있지 않냐”며 초연하다. 천막묵언결사가 시작되면 주변의 왜곡된 시선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은 산중에서만이 아니라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처처가 수행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심하고 고행하는 스님들 모습에서 불자들은 신심을 내고, 불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상월선원(霜月禪院)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져 더 주목받은 위례신도시 포교용지. 종단이 포교거점도량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4년 매입했다.
상월선원(霜月禪院)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져 더 주목받은 위례신도시 포교용지. 종단이 포교거점도량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4년 매입했다.

■ ‘상월선원 천막결사’ 어떻게 운영되나

천막에서 화두 들고 행선하며
‘하루 한 끼’ 도시락으로 공양
천막 밖 간이법당서 사시예불
대중들 함께 기도동참 가능해

이른바 천막묵언결사라는 이름처럼 스님들은 한겨울 내내 난방도 되지 않는 천막에서 생활하며 묵언한다. 커다란 천막 안에서 정진하고 수행하기 때문에 결제대중이 아닌 일반인들은 정진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스님들은 하루 14시간 화두를 들고, 행선을 한다. 또 일종식을 하고, 잠을 자며 정진한다.

하루 한 끼 공양은 사시에 한다. 백담사 무문관처럼 스님별로 도시락이 제공될 예정이다. 도시락은 천막법당에서 위치적으로 가장 가까운 성남 봉국사가 준비한다. 사시에 맞춰 도시락을 싸와 정해진 공간에 두면, 선방 스님들이 가져다 먹는 방식으로, 공양을 담당하는 외부인도 결사대중을 직접 만나기 어렵다.

삭발, 면도도 하지 않고, 옷 한 벌로 혹한을 견딜 스님들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물품은 생각보다 단출하다. 침낭 1개, 양치질용 치약과 칫솔, 효자손 정도라고 한다. 

이와 함께 스님들이 정진하는 곳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기도할 수 있는 100평 규모의 간이법당이 마련된다. 법당에는 구례 화엄사에서 모셔온 고려석불이 봉안되는데, 동안거결제 일주일전인 오는 11월4일경 이운식이 봉행된다. 이곳에 상주하는 스님 외에도 중앙종회의원 환풍스님이 매일 사시예불을 올린다고 한다. 또 선방 대중공양을 오는 스님과 불자들도 기도 정진할 수 있다.

천막법당에서 사시예불을 올리게 될 중앙종회의원 환풍스님(남양주 묘적사 주지)은 “스님들이 한국불교중흥을 위해 발심해서 혹한과 배고픔도 마다하지 않고 정진하는데 함께 하지 못하지만 밖에서라도 결사가 잘 회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도를 할 것”이라며 “불자들의 말뚝신심을 일으키는 계기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불교와 스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총도감 혜일스님은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결제에 동참해주길 발원했다. 스님은 “무문관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면 천막묵언결사는 무문관과 대중수행을 결합한 전례 없는 수행결사로 나 자신을 살피는 동시에 대중과 화합해야 하고 또 추위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사부대중이 기도에 동참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수행결사에 참여한 대중 스님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3526호/2019년10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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