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에 나타난 경전
한 권으로 집약해 설명
“불교의 본질은 대자유...
집착 말고 걸림 없이”

인간의 완성

지명스님 지음 / 불교시대사

불교는 분명히 인류 최고의 지혜다. 하지만 팔만대장경, 지혜에 대한 가르침이 너무 방대하다는 것이 때로는 흠결로 작용한다. 불교는 ‘다경전(多經傳) 다방편(多方便)’의 종교다. 경전의 종류도 많고 중생을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수단도 많다.

이 경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저 경전에서는 저렇게 설명한다. 이 스님은 염불을 하라고 하고 저 스님은 참선을 하라고 한다. 불교공부가 무르익으면 이를 걸림 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나 초심자에게는 혼란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러나 본디 불교는 원융(圓融)이고 회통(回通)이다. 모든 경전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통하는 맥이 있다.   

<인간의 완성 - 허공의 몸을 찾아서>는 수많은 경전들을 한 권에 집약했다. 부처님의 무수한 장광설 가운데서 불교의 궁극적 본질은 무엇인지 부처님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저자의 풍성한 지식과 탄탄한 안목을 통해 규명했다. 책은 8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불교경전을 총망라한 교리 개설서’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겉모양만 봐서는 딱딱한 학술서의 향기를 풍긴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면 그 내면은 간명하고 친절하다. <법구경> <본생경> <반야경> <금강경> <법화경> <열반경> 화엄경> 등 불교사의 흐름 속에 편찬된 경전들을 탐구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관통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파고들었다.

각 경전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구절을 옮기고 근본교리에 입각한 해설을 치밀하게 달았다. ‘허공의 몸을 찾아서’라는 부제에 이미 그 답이 내재되어 있다. 불교는 해방과 대자유를 위해 존재한다.
 

'인간의 완성 - 허공의 몸을 찾아서'는 수많은 경전들을 한 권에 집약해 부처님이 진정 가르치고 싶었던 바를 보여준다. 사진 픽사베이
'인간의 완성 - 허공의 몸을 찾아서'는 수많은 경전들을 한 권에 집약해 부처님이 진정 가르치고 싶었던 바를 보여준다. 사진 픽사베이

부처님이 수천 년에 걸쳐 인간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인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을 완성시킨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허공의 마음을 얻었기에 무상정각(無上正覺)에 도달할 수 있었다. 허공은 빈 그릇이다. 저자는 “그만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인간의 마음도 허공만큼 넓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허공은 집착할 것이 없으므로 걸림이 없다. 지금의 조그만 몸뚱이가 내가 아님을 알기에 과욕을 부리지도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는다. 따로 얻을 것도 없고 굳이 얻고자 하는 것도 없다. 죽음 역시 소멸이나 파괴가 아니라 거대한 우주로의 복귀라는 것도 안다.

“열반을 얻는다고 하는 것은 제일 먼저 ‘나라는 것, 내 것이라는 것, 있다 없다는 것 등을 지우는 것을 말한다. 도를 이룬 부처님에게 나와 네 것, 있음과 없음의 차별이 있을 수가 없다. 부처님의 열반은 작은 나를 지우고 온 우주를 나로 삼는 것이다(497쪽).”

책은 절대적인 평화와 공존의 자리인 허공 안에서 삶의 불완전성과 죽음의 막막함에 관한 문제, ‘나’와 ‘너’의 갈등에 관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있다. 왜 전생의 부처님이 자신의 육신을 기꺼이 맹수에게 보시했는지, 왜 착한 사람이 불행해야 하는지 그에 대한 답을 깔끔하게 제시한다.

“부처님의 몸은 불성이라는 원액과도 같다. 이 세상 모든 환경이 다 부처님 몸의 원료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땅을 파면 물이 나오고 차돌을 부딪히면 불이 나오듯이 부처님의 몸은 온 세계에 꽉 차 있다(498쪽).” 온 세상이 나이고 온 세상이 부처님이므로 나만 보지 말고 지금 당장만 보지 말라는 화엄(華嚴)의 세계를 강조한다.  

책을 쓴 지명스님은 어려서 출가해 범어사 승가대학과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 주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과천 안면암 포교당에 주석하고 있다. 그간의 저서로 <깨침의 말씀 깨침의 마음> <큰 죽음의 법신> <무로 바라보기> <진흙이 꽃을 피우다> 등이 있다. 이 책은 불교방송 교리강좌 내용을 묶었다.

책을 읽으면 “이 책은 불교입문서”라며 “초보자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말들은 피해가려고 노력했다”고 지은이가 서문에 적은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이 한 권이면 불교가 어떤 종교인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공부를 오래 했고 사유도 충실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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