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진인’ 임제 선사
법문 모은 어록 연구
“어디서나 부처답게”
자신의 참모습 발견

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

성윤갑 지음 / 조계종출판사

임제의현(臨濟義玄, ?~867) 선사는 동아시아 불교사의 거목이다. 무위진인(無位眞人)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언제 어디서나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사는 인간이 바로 부처’임을 역설한 인물이다.

성윤갑 전 관세청장은 공직생활을 하는 틈틈이 임제 선사의 법문과 행장을 모은 <임제록>을 열심히 공부했다. 신간 <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을 통해 공부의 결과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임제 의현스님의 말씀을 따라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임제록>은 인생의 근본을 일러주고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밝히는 훌륭한 길잡이다. 저자가 십여 년간 마음공부를 하면서 임제록의 의미를 설명하게 된 동기다.

임제스님은 자신의 참모습을 자기 마음속에서 찾으라 하고 문자나 언어나 타인 등 바깥에서 찾는 것을 한결같이 경계했다. 그것은 착각이거나 속임수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참모습은 분명 우리 자신에게 있고, 더구나 우리는 타고날 때부터 이를 찾을 능력을 이미 지니고 있다.

성 전 청장은 “임제스님의 말씀은, 우리가 자신의 참모습, 즉 자아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바른길을 제시해준다”며 “특히 인간과 컴퓨터 간의 연결성이 깊어지고 현실과 가상공간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무엇보다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장을 지낸 성윤갑 건국대 석좌교수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임제록을 공부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
관세청장을 지낸 성윤갑 건국대 석좌교수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임제록을 공부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

임제 의현스님은 초조(初祖) 달마대사의 정통 법맥을 이은 6조 혜능 선사의 5대손이다. 임제로부터 시작된 임제종은 실질적으로 선종(禪宗)의 가풍을 다스려왔다. 그의 법어와 언행을 전한 임제록(臨濟錄)은 모든 선서(禪書) 가운데 왕이자, 진서(珍書) 중의 진서로 평가받는다.

전체 내용을 압축한 서문(序文), 임제 스님이 법좌에 올라서 법문하는 내용을 다룬 상당(上堂), 격식에서 벗어나 대중들에게 자유로이 가르침을 설하는 시중(示衆), 선승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선문답이자 법거량인 감변(勘辨), 임제 스님의 구도 여정인 행록(行錄), 임제스님의 탑을 세우면서 후세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쓰인 전기인 탑기(塔記)로 구성됐다. 

임제는 개념적·추상적인 부처를 거부했다. ‘활발발한 용(用)’으로서, 즉 눈앞에서 작용하는 살아 있는 부처를 바라보았다. “마음의 법은 형상이 없어서[心法無形] 온 시방법계를 관통하고 있으며[通貫十方] 눈앞에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目前現用]”라는 것이 핵심 사상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본래 부처’라는 믿음이 확고하면 분주하게 바깥의 일체 경계에 휘둘리지 않고 모든 경계에 있어 자유롭다. 만상이 가상이고 헛것임을 깨닫는다. 주어지는 인연에 따라 걸림 없이 산다. 사유를 떠난 자리에서 말씀 밖의 깊은 뜻을 깨달아, 천하거나 귀하거나 더럽거나 소중하다는 분별의 망념을 넘어 비로소 눈앞에 작용하는 ‘마음의 성품’인 진여일심(眞如一心)을 볼 수 있다.

내가 바로 부처임을 확신하고 어디를 가든 주인이 된다면 서 있는 곳마다 그대로 진리다. “어디를 가든 주인이 되면[隨處作主], 서 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진리의 드러남이다[立處皆眞]”라고 했다. 깨친 자는 어느 곳에 가더라도 물들지 않고, 가고 오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어떤 자리에 있든, 모두 진실하고 고귀한 삶이다. 그러므로 ‘상황에 끌려 다니면서 자신감을 잃지 말고, 어떤 처지에서도 온전하고 꿋꿋한 자기로 살아가라.’ 현대인들에게 매우 적당한 교훈이다.  

저자는 고려대와 동국대 일반대학원 철학과, 동국대 불교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건국대 석좌교수로 있다. 삶과 자신의 근본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1982년부터 마음공부를 했다. 저서로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지 왜 메고 가나>, <행복한 삶을 위한 유식삼십송>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화엄교학에 나타난 유식사상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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