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 임종을 앞둔 환자가 사찰에 묵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템플스테이’ ‘절에서 50일 간 출가 생활을 단계적으로 직접 경험하기’ ‘적멸보궁, 관음성지, 지장성지 등 테마별로 묶은 성지순례.’

총무원 기획실이 주관한 종도 사업 제안 제도에 접수된 사업 아이디어다. 총무원은 지난 한 달여간 종도들을 대상으로 종단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부대중 공의에 의한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종도 사업 제안 제도’를 실시했다. 종도들이 직접 종단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종법에 위배되지 않고 1억원 이상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지 않으며 사업 효과가 특정 단체나 지역에 귀속되지 않는 등 몇 가지 조건을 제외하면 사업 주제와 제안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 한 달여 간의 짧은 기간인데도 13개 사업 제안서가 접수됐다. 

스님 재가자 할 것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수한데서 보듯 종도들의 종단 운영 참여 의지와 관심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앞으로도 종도들이 종단 운영에 관심 갖고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은 ‘종도 사업 제안 제도’에 접수된 사업 아이디어를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을 비롯해 종단 산하 기관, 관계 사찰 등과 공유하고 종단 예산과 부합하고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실제 종단 사업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집행부의 약속대로 좋은 사업은 반드시 실행에 옮기고 제안자에게는 소정의 포상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럴 때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동참할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종도들이 종단과 사찰에 기대하는 지향점이다. 제안서가 거의 대부분 사찰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하다. 암환자 말기환자를 위한 템플스테이, 스페인 산티아고처럼 사찰을 도는 성지순례, 사회적 선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서의 사찰 활용, 사찰 키즈 카페 설치, 사찰에 보시금 계좌이체기 설치 등 모두 사찰과 관련된 사업이다. 대중들은 이처럼 사찰이 우리 종단이 갖고 있는 장점이자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여긴다. 

그에 반해 종단운영은 사찰이 아니라 사찰을 운영하는 사람을 관리하는데 집중돼 있음을 부정 못한다. 종단 예산은 대부분 인건비, 조직지원비, 관리비 등 사람 조직관리에 집중 편성돼 있다. 종도들은 사찰을 활용하여 아픈 사람의 마음을 달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데 관심을 갖는데 집행부는 사찰을 직접 활용하는 사업은 다루지 않고 사찰 운영 주체들을 관리 감독하는데 예산을 쓰니 바라보는 방향이 전혀 다른 셈이다. 

집행부는 종도들이 제안한 프로그램만 보지 말고 그 의미가 어디 있는지를 깊이 성찰하여 종무행정을 근본 혁신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더불어 사찰에 넘기지 말고 총무원이 주도하여 사업이 현실화 되도록 다듬고 세부적 실행 안을 마련하여 전국 모든 사찰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524호/2019년10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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